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때문에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질 뻔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이자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충무공 때문에 임진왜란 질 뻔했다는 말과 같다"고 반박에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16일 공개된 펜앤드마이크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척하는 자가 있고 끌어안는 자가 있는 것 같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통령도 사람인데 좋은 사람 있고, 싫은 사람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저는 실력이 있고, 잘하지 않나. 원내대표 맡아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지휘하면서 이기지 않았냐"고 부연했다.
진행자가 '이 전 대표도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쫓겨나지 않았냐'고 되묻자 그는 "이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사고를 쳤다"며 "넉넉히 이길 수 있는 걸 사고를 쳐서 완전히 질 뻔했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와의 0.73%포인트의 근소한 득표율 차가 이 전 대표의 소위 '가출'에 따른 것이라는 게 김기현 의원의 주장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대표 패싱',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익명 인터뷰 등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잠행에 나선 바 있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이같은 이력을 가출로 규정, 비판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 전 대표 덕분에 수도권과 젊은 층의 표를 모았다는 주장도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는 "분명히 플러스 요인도 있겠지만, 선거 막판에 가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속해서 득점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데, 선거 막판에 가출하고, 후보를 공격하고 배척해서 지지율이 폭락했다"고 반박했다.
김기현 의원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김웅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준석 때문에 선거 질 뻔했다'는 말은 '충무공 때문에 임진왜란 질 뻔했다'는 말과 같다"고 적어 비판했다. 김웅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이준석계' 인사로 분류된다.
김웅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선거에 도움이 안 됐으면 지방선거 때 그 많은 후보가 이 전 대표보고 (출마 지역구로) 와 달라고 했겠냐"며 "다음 총선 때 당신 같으면 이 전 대표에게 지원해달라고 하지, '윤심 원툴'(내세울 건 윤심밖에 없다는 뜻)인 구태들에 지원해달라고 하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께서 '친윤들은 모자란 사람들'이라고 하신 이유를 알겠다"고 공세를 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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