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역대급 청약 증거금을 모으며 기업공개(IPO) 대어 중 대어로 꼽혔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 2년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2차전지 호재에도 실적 부진에 주가는 연일 내리막을 걸었다. 공모가 대비 '반토막' 난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은 커져갔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IET는 지난 20일 종가 6만2800원으로 장을 끝냈다. SKIET는 올해 들어 18.5% 상승했지만 그간의 하락폭을 감안하면 오름세는 미미했다. 시초가(21만원)와 비교하면 70% 떨어졌다. SKIET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제조업체다. 2019년 4월 1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돼 출범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부터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다. 주가는 따상은커녕 시초가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내리막을 걸었다. 상장 1년 뒤 주가가 공모가에 근접하자 우리사주 대박을 꿈꿨던 직원들은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보호예수가 풀린 직후 팔았다면 그나마 본전은 건졌을 것이다. 상장 1년째 되던 날 종가는 11만5000원으로 공모가를 9.5% 웃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 모를 추락이 계속되면서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반토막'이 났다. 고점(장중 24만9000원, 2021년 7월 26일) 대비로는 4분의 1 수준이다. 단순 계산했을 때 당시 보유했던 물량(1인당 배정 주식수 1만9623주)을 한주도 팔지 않았다면 손실이 무려 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차전지 소재주로 상승 기대감이 컸지만 주가가 이 정도로 곤두박질친 건 실적 영향이 크단 게 증권가 분석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감소세였다.
2019년 출범 당시 30%를 웃돌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작년 1~3분기 SKIET는 46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2년 연간 SKIET의 영업손실 규모는 476억원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59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 "2차전지 업황 대비해서 못 오른 이유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상장했을 땐 영업이익률이 30%대였는데 지금은 적자상태인 게 주가 레벨이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취급하는 아이템의 시장 경쟁 구도가 격화된 데다 주 매출처인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의 가동률 하락 영향을 받으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 이슈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SKIET가 올해 이르면 1분기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 회복에 주력 생산 거점인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리막 사업은 높은 감가상각비 비중(20% 이상)으로 인해 가동률이 상승하면 고정비에 따른 이익 반등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시장추정치) 기준 올해 SKIET의 영업이익은 939억원으로 예상됐다. 매출은 8756억원으로 전년 대비 47.3% 증가할 것이란 추정이다.
SK온의 미국·헝가리 등 신규 공장 생산 확대에 따른 출하량 증가도 기대 요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IRA 배터리 세액공제 대상에 분리막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유럽판 IRA'인 원자재법(RMA)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권진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SKIE가 미국 투자를 검토 중인 만큼 생산시설 현지화로 기존 고객사 대응 강화 및 신규 고객사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유럽 내에서도 생산능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어 SKIET의 분리막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초상집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3연상(3번 연속 상한가)해야 본전이다'라고 토로했다. 종목토론방에선 '공모가만 가면 소원이 없겠다', '평균단가 24만5000원에 물려있다'는 우는 소리가 잇따랐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