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유류세 인하 계속 필요하다

입력 2023-01-16 18:11   수정 2023-01-17 00:22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였다. 작년 중반 6%를 넘던 상승률에 비해 낮아졌지만,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가 2.0%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2.5배에 달한다. 더구나 국민이 직접 느끼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더욱 높아 12월 기준 5.7%였는데, 외식 물가를 포함해 국민이 체감하는 실제 인플레이션은 이보다 심각하다.

그런데 특히 전기료 인상을 앞두고 있어 인상 폭을 최소화해도 전반적인 물가 압력은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다. 한국전력에 대규모 적자와 손실이 나며 작년 한전채(韓電債)가 금융시장에 쏟아지면서 시중에 자금 경색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런 여건에서 전기료 동결을 계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기료를 인상하면 다소 완화되는 듯한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우려가 있다. 특히 전기는 최종 소비 대상으로 전기료 항목 자체가 물가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 중요한 생산비용이어서 여러 부문에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전기료 인상을 상쇄할 수 있도록 소비자와 산업의 부담을 완화할 다른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평균적인 소비 총지출 가운데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 같은 항목은 현재 같은 에너지 위기에서 중요한데, 전기(電氣) 가중치 비중이 1.55%이고, 휘발유를 포함해 ‘개인운송장비 연료’ 항목 가중치는 3.63%, 또한 운송 연료에 크게 영향받는 ‘운송서비스’ 비중도 2.07%에 달한다. 이를 고려할 때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소비자와 산업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대체적인 에너지 성격을 가지며 합리적인 세금 부담 완화를 통해 비교적 조정이 가능한 에너지 관련 유류세 부담 인하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국제 원유가격 급등에 따라 유류세를 작년에 인하했고, 지난해까지 적용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해 연장했다. 하지만 경유에 대해서만 37% 인하를 유지했고 실제 영향이 큰 휘발유 인하는 25%로 축소한 상황이다.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에너지 수요 감소가 국제유가 상승을 완화해 원유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은 5.5%(달러 기준)로 과거 2021년 64%, 2022년 39%의 수치에 비하면 안정화된 것이지만 원래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여전히 국민 부담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유가격 급등에 따라 취해졌던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는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유류세를 포함해 에너지 관련 세금 부과에 대해 기본세율 자체를 낮추는 것과 같이 조세 부담을 줄이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자동차처럼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개별 내연기관보다 화석연료를 사용해도 전기의 집중적인 생산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개별 운송 수단에서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이 지니는 타당성은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실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에너지에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을 지울지가 중요한데, 즉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 사용에 세금을 상대적으로 부과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국제 에너지 가격 대비 너무 높은 국내 가격을 전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현재의 에너지 세금 부과 체계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미국에 대비해서는 거의 2.5배 내외에 가깝다. 유류의 일정량에 대비한 세금 액수는 유럽 주요 국가와 비슷하다고 해도 소득에 대비한 실질적인 부담은 높은 수준이다.

물론 작년 1~11월 국세 징수 규모 370조원 가운데 교통세(교통에너지환경세)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가 2.7%로 10조원 내외였는데, 바로 그 시점이 유류세 인하 기간으로 직전 연도 대비 유류세 세수 감소가 5조원에 달했음을 고려할 때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재정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기생산비용 인상을 반영하는 가격 현실화를 고려하고 있다면 최소한 한쪽에서는 또 하나의 현실화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에너지 관련 조세는 인하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조정을 해야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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