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찐박, 탈박, 대박, 범박, 변박, 짤박, 호박, 애박, 복박, 배박, 항박 등 파생어가 춤을 췄다. 당권 장악을 위해 ‘진박 후보’ 감별에 나선 친박계는 비박계 김무성 대표와 혈투를 벌였다. ‘옥새 나르샤’ 파동까지 겪으면서 새누리당은 참패했고, 잘 알려진 대로 대통령 탄핵과 보수 진영 궤멸로 이어졌다. “내가 진박”이라고 외친 그 많은 사람이 등을 돌리며 ‘배박’한 것은 비정한 정치의 단면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 경선을 앞두고 ‘진박 감별사’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 측의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됐다”고 비판하면서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반윤의 우두머리, 제2의 유승민”이라고 반박하고, 다른 후보들까지 뛰어들면서 이전투구가 됐다. 당초 이 싸움은 비상식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다. 나 전 의원이 조율 없이 ‘자녀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을 거론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지 3개월 만에 당 대표에 나가려고 한 것부터 석연찮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이라는 강수를 두자 친윤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나 전 의원을 공격하면서 싸움판을 키운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디에도 갈등 조정력은 안 보인다. 지도부가 친윤 후보를 밀기 위해 ‘당원 투표 100%’ ‘결선 투표’를 도입한 것도 무리수다.
미국 정치학자 엘머 샤츠슈나이더의 말대로 갈등은 민주주의의 엔진이다. 그러나 갈등이 관리 범위 내에 있도록 하는 게 정치다. ‘감별사’ 논란이 민심의 눈 밖에 벗어났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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