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GS25의 '반값 택배' 이용자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 한 해동안만 1000만건을 넘어섰다. '반값 택배'는 365일 하루 두번씩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차량의 빈 자리를 활용해 택배를 싸게 서비스해보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했다. 여기에 고물가라는 시기적 상황이 맞물려 대박이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값택배 이용건수 지난해 1000건 넘어
17일 업계에 따르면 GS25의 반값택배 이용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1046만건으로 전년비 73.5% 증가했다. 2019년 도입 첫해 9만건, 2020년 148만건, 2021년 603만건에 이어 3년만에 연 1000만건을 돌파한 것이다. 택배를 맡긴 사람과 찾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반값택배를 위해 편의점에 찾아온 이용객은 지난해 2000만명에 달한 것으로 GS리테일은 분석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반값택배 이용자가 다른 상품을 추가로 구매한 매출 효과는 연 5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유통사들이 한 명이라도 오프라인 매장에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2000만명 방문 효과는 단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했다.
반값택배의 가격은 무게에 따라 1600~2300원 수준이다. 다른 택배 서비스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만 고객 문 앞에서 물건을 받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까지 가야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미국 아마존도 놀란 한국 편의점 물류망
이 같은 반값택배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직원들과 회의하는 도중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허 부회장이 2017년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방문해 GS25 편의점의 물류망을 설명했을 때 현지에선 1만6000개의 촘촘한 편의점이 콜드체인으로 연결됐다는 것에 놀라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허 부회장은 귀국 후 전략부문 직원들과 물류 플랫폼을 개발 회의를 열고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차량이 쉬는 날 없이 365일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미 깔려있는 편의점 물류망을 활용한 덕에 GS리테일이 반값택배 실현에 쓴 돈은 1억원 정도의 IT(정보통신) 투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에 택배비 아끼려는 수요 늘어
기존 편의점 택배는 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를 통하는 방식이라 택배사의 파업이나 명절 연휴 전후로 택배 배송이 어렵다는 점도 편의점 반값택배의 이용객을 늘리는 데 한 몫을 했다.무엇보다 지난해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택배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수요가 늘고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가 급증하면서 반값택배 이용건수도 함께 우상향했다.
GS25의 선전에 경쟁사인 CU도 '끼리택배'라는 대항마를 밀고 있다. 이달 말까지 쿠폰을 적용하면 건당 최저 1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중고나라와 협업해 비대면 직거래 서비스 ‘세븐픽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는 달리 편의점은 일상 생활에 밀접해 있는 플랫폼이란 점에서 여러가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며 "그중 편의점 택배는 온라인 거래와 오프라인 거래의 접점을 만들어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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