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1년 만에 뒷걸음질 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성장은 부진한데다 원화 가치는 대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처음 돌파한 3만5000달러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전년보다 9%가량 줄어든 3만2000달러 안팎을 기록할 전망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파악할 때 활용되는 지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꺾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큰 이유는 원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12.9% 급등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인당 국민소득은 국제 비교를 위해 시장환율로 환산해 달러화로 표시하기 때문에 환율 등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1인당 국민소득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년(4.1%)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은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를 고려하더라도 원화 가치 하락 폭을 상쇄하지 못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1년 처음으로 3만5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로 경제성장률이 양호했고, 원화 가치도 오른 영향이 컸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을 때는 2017년(3만1734달러)이다. 이듬해(3만3563달러)까지 상승했지만,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2004달러)에는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재반등할지는 불투명하다. 원화 가치가 오르고 있어 국민소득이 늘어나는 데 ‘호재’가 될 전망이지만, 경제성장률은 더욱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상했는데 이마저도 다음 달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지만, 한국의 통화가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력을 끌어올려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2021년 기준)은 집계 완료된 173개국 가운데 26위다. 인구 1000만 이상 국가 기준으로는 12위 수준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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