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점증하기 시작한 사건이 미국 오픈AI가 곧 공개할 GPT-4의 등장이다. 인간 뇌신경전달 체계를 닮은 매개변수가 최소 1조 개가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50억 개 수준인 앞선 버전 GPT-3만으로도 이미 경이롭다는 평이 넘친다. 이 기반으로 만든 챗GPT는 수만 명이 동시에 던지는 질문을 ‘AI스럽게’가 아니라 ‘인간스럽게’ 답한다. 겸손함이 묻어난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테면 “당신이랑 구글검색이랑 누가 더 뛰어난가?” 유의 질문을 하면 “구글을 완전히 대체할 것 같지는 않다”고 몸을 낮춘다.
세간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AI의 덕을 쉽게 보려는 이들이 먼저 열광적으로 좌판을 벌였다. AI 테마, 로봇 테마 등이 증시를 들쑤신 것이다. 대화형 AI를 개발한다는 이유만으로 상한가가 나온 게 최근의 일이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중소 AI코딩 학원들도 난립 중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스타트업도 AI 전략을 빼면 말발이 서지 않는 게 요즘이다. 공공부문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과학기술, 지방 행정 등 개혁 정책의 말끝마다 ‘AI 활용전략’이 빠지지 않는다. 새 정부 역시 교육개혁 구상에 AI를 밀어넣었다. 공공 데이터베이스가 이런 정책을 받쳐주기엔 너무도 허약하다는 지적이 여전한데도 그렇다.
거품을 걷어내고 기술개발을 선택한 이들은 기업이다. KT, 네이버 등이 세계적 수준의 하이퍼스케일 AI에 이미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승자독식 슈퍼AI 경쟁을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다.
싱귤래리티를 알린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저서에서 “2045년, 그 때가 온다”고 했다. 예언이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건 축적과 속도다. 진짜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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