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프 판 즈베던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63)은 17일 이날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케스트라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재능있는 작곡가에게 신작을 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뉴욕필하모닉과 홍콩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즈베던은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서울시향을 이끈다. “뉴욕필하모닉은 2주에 한 번씩 신작을 초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향도 작곡가들이 신작을 완성하는 시점인 2025년부터 전체 프로그램의 30%가량을 동시대 음악으로 구성하고 싶습니다. 첫 시즌인 내년에는 다양한 시대의 작품 연주를 통해 서울시향의 소리를 파악하는 ‘사운드 사파리’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그는 임기 중에 서울시향을 카멜레온 같은 악단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작품과 지휘자에 따라 전혀 다른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악단이죠. 제가 RCO 악장으로 있을 때 지휘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소리가 완전히 달랐죠. 그림에 비유하자면 렘브란트의 무거운 색채와 고흐의 화려한 색채같이 다채로운 색채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즈베던은 그의 음악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미국 줄리어드 음대 시절 바이올린을 배운 강효 교수를 꼽았다. “테크닉뿐 아니라 직업윤리 등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이시죠. 한국 클래식계 보물인 강 선생님뿐 아니라 친한 한국인 친구와 동료들이 많습니다.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과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즈베던은 세계 최정상급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에서 18년간 악장을 지낸 뒤 지휘자로 전향했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와 강도 높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 단기간에 악단의 연주 역량을 끌어올리는 지휘자로 유명하다. 댈러스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재직할 때는 그의 ’거친 스타일’로 단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연주자와 지휘자가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수입니다. 무대에서 100%의 실력을 발휘하려면 110%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제가 리허설할 때는 엄격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는 연주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하나의 가족이 되려면 민주적인 운영 방식이 필요하죠. 제가 여러 악단에서 음악감독을 했지만 단 한 명의 단원도 해고한 적이 없습니다. 음악감독의 임무는 결국 단원 모두가 더 나은 연주자가 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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