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6억에 받았어도…'특례보금자리론' 그림의 떡

입력 2023-01-17 18:22   수정 2023-01-26 16:50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의 최저 매각가가 6억원대로 떨어져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 매수하고 싶었지만, KB시세로 따지니 9억원을 웃돌아 상품 이용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달 말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앞두고 시장에서 일부 투자자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소득 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4%대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지만 실거래 가격이 낮더라도 KB시세가 9억원을 넘기면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경매 물건을 구입할 때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낙찰가뿐 아니라 KB시세 역시 9억원 이하여야 한다. 최근 부동산 한파로 경매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유찰을 거듭한 단지들의 낙찰가가 낮아졌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동원데자뷰’ 전용면적 84㎡는 두 차례 유찰 후 최저 매각가격이 6억8480만원으로 내려갔지만, KB시세가 10억4000만원으로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불가하다. 금천구 독산동 ‘한신아파트2동’ 전용 130㎡ 역시 두 번의 유찰 후 최저가가 6억1760만원이 됐지만 KB시세가 9억1500만원으로 9억원을 웃돌아 해당 상품을 이용해 매수할 수 없다.

경매 물건뿐만 아니라 최근 쏟아지고 있는 급매물도 마찬가지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3차’ 전용 84㎡ 급매물은 8억5000만원에 나와 있지만 KB시세는 9억8500만원으로 1억3500만원 높다. 성동구 마장동 ‘삼성래미안’ 전용 59㎡는 호가가 8억3000만원이지만 KB시세는 9억8500만원으로 역시 특례보금자리론 상품 이용이 어렵다.

KB시세는 호가가 아니라 실거래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거래절벽’ 상황에서는 잘 변동하지 않는다. 집값 하락세로 낮은 가격에 나오는 급매물은 많지만 거래가 되지 않아 시세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거래가 잘 되지 않아 KB시세가 9억원 이하를 만족하는 경매 물건은 수도권 외곽에서도 드물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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