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나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스스로 친윤임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의지를 당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는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죽었다 깨도 반윤은 안 돼요!”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비서실장이 출입기자단에 본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여당 중진 정치인을 정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정 운영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에 휘둘리는 듯한 메시지를 나 전 의원이 낸 데 대해 윤 대통령과 참모진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곧 여당 내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방송에서 “나 전 의원의 언행이 매우 부적절해 대통령의 해임 결정도 나온 것 아니겠냐”며 “대통령을 자꾸 정치 이슈에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김기현 의원은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왜곡·해석한다면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여기는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실언을 빌미로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저지 굳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든 것이 나 전 의원이 서울행 열차 안에 있던 두 시간 사이에 벌어졌다. 나 전 의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고재연/양길성 기자 ye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