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초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 전망이 잇따른 와중에 모처럼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들의 고강도 긴축 선회 등 모든 게 갑작스러웠던 지난해 홍역을 치렀던 세계 경제가 올해에는 이에 적응하고 회복력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포럼에서 "겨울철 유럽의 에너지 대란, 코로나19 변종, 국제 유가 배럴당 150달러 등 일어났을 법한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전부 비켜 가고 있다"며 "전 세계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이젠 조금 더 그럴듯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긴축 강경론자이자 경제 비관론자로 꼽히던 그도 한발 물러선 것이다.
지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제1부총재는 이번 포럼에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더 힘들다(tougher)"고 표현하는 대신 "올 하반기부터 내년에 이르기까지 개선(improvement)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는 지난해 경제성장률(3.2%)보다 0.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히 좋은 소식은 글로벌 경제가 올해 바닥을 찍은 뒤 내년엔 마침내 모두가 기대했던 반등세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선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IMF는 통상 4월과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내놓고, 1월과 7월엔 수정치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선 2021년 10월 이후 3차례나 연속으로 하향 조정해왔었다. 가장 최근인 작년 10월엔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제시했는데, 이 역시 7월 전망치(2.9%)에서 0.2%포인트 낮춘 수치였다. 하지만 이달 말 발표될 수정치에서는 더 이상의 하향 조정은 없을 것이란 게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공언이다. 그는 앞서 지난 12일 IMF 워싱턴본부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설명을 펼쳤다.
WSJ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재계 지도자들은 불확실한 한 해를 앞두고 작년부터 일자리 감축 등 비용 절감 대비를 해왔다고 토로한다"며 "하지만 최근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음에 따라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가 느슨해지고, 경제도 연착륙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IRA)법 등으로 친환경 투자 호황기를 맞이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호테스큐 퓨처 인더스트리의 마크 허친슨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세금 혜택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경제활동을 재개방한 중국에선 보복 소비가 터져나오는 등 중국발 희소식도 제기됐다. 이날 류허 중국 부총리는 포럼 연차총회 특별연설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는 정상적인 성장세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하며 수입·기업투자·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시종일관 전면적 개방을 추진하고 개방의 수준과 질을 높여나갈 것이다"이라며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유니레버의 앨런 조프 CEO는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신속한 재개방과 보복 지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응하면서 깊은 침체를 피할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 최대 경제강국 독일에서도 최근 올해 경기를 낙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경제가 침체를 면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도 CNBC에 "독일은 아주 완만하고 가벼운 침체를 앓고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경제연구소(ZEW)가 최근 발표한 독일의 1월 경기예측지수는 16.9였다. 이는 작년 개전 이후 11개월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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