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8일 09: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연초 글로벌 채권 발행시장에서 한국물 흥행 기록을 이어갔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5년 만기 외화채 조달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 81억달러(약 10조원)의 주문이 몰렸다. 4~6억달러의 금액을 모집하는데 10배 이상의 주문이 쌓인 것이다. 이는 연초 이후 한국물 최고 경쟁률에 해당한다. 우리은행은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총 6억달러(7400억원)를 발행하기로 했다.
주문이 몰리면서 금리도 처음 제시한 수준보다 0.4%포인트(p)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최초 제시금리(IPG)에서 미국채 5년물에 175bp(1bp=0.01%p) 가산을 제시했는데 최종적으로 이보다 40bp 낮은 135bp로 결정된 것이다. 이번 5년물은 지속가능채권으로 발행된다.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이다.
우리은행은 한국수출입은행과 포스코, SK하이닉스에 이어 연초 한국물 흥행 기록을 이어나갔다. 우량 한국물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이어지는 추세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수출입은행이 4.85배로 시작해 포스코 8.75배, SK하이닉스 6.16배로 집계됐다. 이후 우리은행이 13.5배에 달하는 청약 배수를 기록했다.
연초 외화채 발행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계속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Fed 인사들은 '피벗(통화정책의 방향 선회)'에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물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흥국생명 사태를 우량한 한국물을 싸게 담을 기회로 보고 자금 집행이 재개되는 연초에 한국물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부담감에 금리를 여유 있게 제시하는 것도 수요가 몰리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연초 한국물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주문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선 성공 사례를 본 투자자들이 "우량 한국물을 담으려면 예정보다 많은 주문을 써내야 한다"는 판단에 유례없이 많은 주문이 몰렸다는 것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이 계속 강세를 보이다 보니 너도나도 많은 주문을 넣었다"며 "500만달러를 받고 싶은 기관은 평소에 3000만달러의 주문을 하게 되는데, 수요예측이 강세를 보이면서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할 수 있어 5000만달러 주문을 넣는 식으로 과열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외화채 발행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타이어, GS칼텍스, 산업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미래에셋증권, 한국도로공사 등이 외화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IB 업계는 보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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