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8일 16: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전 칼럼에서도 말씀 드렸는데 PE 운용사에게 크게 두 가지 중요한 영업활동이 있습니다. 하나는 펀드레이징 영업이고 다른 하나는 딜소싱 영업입니다. 이번과 다음 두번의 칼럼을 통해서 PE의 중요한 업무이자 LP(기관투자자)들이 GP(위탁운용사)의 역량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한 딜소싱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딜소싱의 방법은 크게 단독 딜소싱 방식과 경쟁입찰을 통한 방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좁은 의미에서 딜소싱은 단독 딜소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경쟁입찰 참여를 통해서 투자를 성사시키는 것은 딜을 '소싱'했다기보다는 딜을 '위닝'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대형 라지캡 딜은 매도인측에서 어느정도 매각을 하기로 결정을 한 상태에서 매각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딜의 확실성이 높고 매각주관사가 프로세스와 일정을 비교적 투명하게 관리합니다. PE입장에서는 시간과 리소스 투입을 계획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 겁니다. 반면 공개입찰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좋은 매물일 경우 인수자들간 경쟁이 치열해지게 되고 따라서 합리적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LP들은 GP를 평가할때 단독으로 딜을 소싱할 수 있는 역량과 트랙레코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참고로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는 2012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총 15건의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그중 14건이 단독 딜소싱 방식으로 투자를 성사시켰습니다. 딱 한 번 제한입찰에 참여한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메디트 투자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GP 입장에서는 무조건 단독 딜소싱이 좋기만 한 것일까요? 사실 말처럼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GP 입장에서 단독 딜소싱의 장점이 있지만 더불어 확실한 단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단점으로는 첫째, 시간과 노력이 경쟁입찰 참여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3호 펀드레이징을 준비하면서 LP들 예상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과거 저희 회사 딜소싱 활동을 분석했습니다. 저희가 그동안 성사시킨 15건의 딜을 통계를 내봤더니 한 건의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첫 만남부터 딜 성사까지 평균 13개월이 소요되었고, 매도인(주로 창업자나 오너)과는 딜 성사되기 전까지 한건당 평균 33회 미팅을 했었습니다. 통계를 내놓고는 저희 팀도 놀랐습니다. 딜소싱 당시에는 어떻게든 오너를 설득하려는 마음에 정신없이 서울과 지방을 오가면서 만나서 설득하고 안되면 또 만나고 그랬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평균 30번 이상의 미팅을 거치고 나서 딜 한 건이 성사되었다는 사실에 잠깐 우리가 너무 비효율적으로 일하는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단독 딜소싱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노력과 정성의 투입은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제가 창업해서 키워온 회사를 매각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해보면, 과연 그만큼의 시간과 고민 없이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사업밖에 모르는 분들이 금융과 재무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한 두 번의 미팅으로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오히려 30번의 미팅이 모자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점 둘째는 매각 결정을 확실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득과 소싱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음에도 딜이 성사되지 않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입니다. 단독 딜소싱의 가장 큰 리스크는 다른 인수자에게 딜을 뺏기는 것보다는 오너가 매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이 바뀌어서 "딜이 없어지는 것(No Deal)"입니다. 오너가 매각하기로 완전히 마음을 먹은 이후에 접근하면 단독 딜소싱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매도인이 매각하기로 확실하게 결정한 이후에는 주위에 매각업무를 자문해줄 기관이나 사람에게 연락을 하게 돼 중간에 누군가가 관여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독 딜소싱을 위해서는 아직 매각 의사가 명확치 않은 시점에 먼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너의 생각과 의견을 형성하기 시작해야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각 의사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중간에 딜이 아예 없어져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설득 도중에 경영권 바이아웃 딜이 아닌 소수지분 투자 딜로 바뀌어서 바이아웃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저희가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 경우도 꽤 있습니다.
위와 같은 단점과 제약조건에도 성사가 되기만 하면 단독 딜소싱에는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장점으로 첫째, 단독으로 소싱하기 때문에 경쟁입찰에 비해서 훨씬 더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즘같이 정보가 많고 투명한 세상에서 좋은 회사를 헐값에 사는 행운은 거의 바라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아무리 단독 협상이라고 하더라도 제값을 주고 인수할 생각을 하고 진정성 있게 협상을 해야 딜이 성사되고 뒷탈이 없습니다. 경쟁입찰 과정에서 과다한 경쟁으로 인해 무리한 밸류에이션에 딜을 하는 것은 방지할 수 있습니다. 설사 처음에는 단독으로 협상을 하다가 나중에 경쟁구도가 형성이 되더라도 오너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타나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자보다는, 다소 낮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더라도 먼저 찾아와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동안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면서 서로 신뢰가 쌓인 파트너를 선택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장점 둘째는, 딜 성사 이전에 매도인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상호간에 신뢰가 쌓이고 회사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 집행 이전부터 투자의 리스크 요인과 투자 이후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겠다는 밸류업 플랜이 명확해진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런 두 번째 장점이 합리적 밸류에이션이라는 첫 번째 장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독 딜소싱의 경우 본격 실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회사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파악이 되어 있어서 막상 실사에서 큰 서프라이즈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투자가 성사된 이후에 회사 진단 과정도 비교적 간단하고 경영진 개편이나 밸류업 플랜 실행으로 빠르게 포커스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독 딜소싱이 성사가 되기만 하면 좋은 투자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단독 딜소싱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저한테도 늘 풀리지 않는 숙제이고 항상 모자람을 느끼기 때문에 개선해서 더 잘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그리고 모든 딜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나 통하는 만능 솔루션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내용을 정리해서 말씀 드려보고자 합니다.
PE의 단독 딜소싱 영업은 여타 B2B 영업의 성격과 비슷합니다. 업종을 막론하고 B2B 영업의 성과는 커버리지와 성공률의 함수입니다. 달리 말하면 얼마나 많은 영업기회를 포착하느냐와 그 기회를 어떻게 딜 클로징이라는 결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위의 두가지 딜소싱 활동의 핵심 성공 요소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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