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사회 소집기간이 그토록 중요한가? 본래 상법에 정해진 소집기간 1주일은 정관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사 및 감사 전원의 동의가 있거나 정관 및 이사회 규칙에 정례 회일이 정해져 있으면 소집절차 자체를 생략할 수도 있고, 각 이사가 소집통지를 받을 권한을 포기할 수도 있으며, 구두 소집도 가능하다. 소집통지 없이 우연히 모든 이사가 모인 자리에서 이사회 결의를 해도 무방하다(최준선, 회사법, 484쪽).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의결권 행사는 주주의 재산권 행사 내용으로서 이를 방해하면 재산권 침해가 된다. 반면, 이사의 이사회 참석은 이사 자신을 위한 권리행사가 아니라 회사 업무 집행을 위한 의사결정 수단일 뿐이기 때문에 이사회 소집 절차는 주주총회에 비해 덜 까다롭다.
기업 수뇌부에 해당하는 이사회의 기민성과 효율성은 현대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 등이 소집기간 단축에 반대한 이유는 ‘사외이사의 참석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법이 현대적 기술 환경에 맞춰 화상회의와 콘퍼런스콜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7일의 소집통지 기간을 단축할 수 없다는 주장은 화급한 경영 현장을 감안하지 않은 짧은 생각이 아닌가.
다음으로, KCH는 과연 금융회사인가? 이 회사는 2007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관련 수익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고, 2020~2022년 벌어들인 전체 수익 중 95% 이상이 금융수익(배당·금융투자 수익)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회사가 반드시 ‘본업’에서 압도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금융업이란 ‘… ‘모집한 자금’을 자기 계정으로 유가증권 및 기타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기관 등이 수행하는 산업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금융업은 ‘자금 모집’이 핵심 요건이다. 은행업도 보험업도 모집 자금으로 사업을 한다. 외부 자금은 엄격한 자격을 갖춰 은행업·보험업 라이선스를 받아야만 모집할 수 있다. 외부 자금 모집 의사나 자격도 없는 회사를 금융회사로 간주하고 금산분리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무리가 있다.
또한 금융업의 영업성이 있어야 한다. 자금을 중개·융통하는 계속적·반복적 영업활동을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느 일반 기업처럼 여유자금을 다른 회사 발행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하고 배당을 받는다면 이는 금융을 활용하는 금융소비자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그 회사를 시장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로 간주해서는 안 되고, 특히 주주의 재산권 행사에 속하는 의결권 행사를 함부로 제한해서도 안 된다. 공직자들의 국민 재산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은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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