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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4분기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 모건스탠리 실적은 월가 기대를 넘어섰다. 기업들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위축 등으로 두 회사 모두 수수료가 급감했지만 모건스탠리는 자산운용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드만 울고 모건스탠리 웃었다
골드만삭스는 17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05억9000만달러(약 13조945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07억6000만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순이익은 1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줄었다. 주당순이익(EPS)도 3.22달러로 추정치(5.56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2011년 3분기 이후 추정치에 가장 미달하는 실적”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날 실적을 공개한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27억5000만달러로 추정치인 126억4000만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EPS도 1.26달러로 팩트셋 추정치인 1.25달러보다 높았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한 22억40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주가도 엇갈렸다. 이날 골드만삭스 주가는 전일 대비 6.44% 하락했다. 반면 모건스탠리 주가는 5.91% 상승했다.
두 회사 모두 M&A 등으로 벌어들이던 수수료가 감소한 것이 실적 타격으로 이어졌다. 투자은행 부문에서 골드만삭스 매출은 1년 전보다 48%, 모건스탠리는 49%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경기 침체 가능성 증가 등으로 재작년까지만 해도 활발하던 기업들의 M&A와 IPO가 지난해 급감했다”며 “대형 은행들이 벌어들이던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건수는 전년(1만956건)보다 8% 줄어든 1만37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IPO 건수는 30%가량 감소했다.
IB 부문 의존도가 희비 갈라
모건스탠리는 수수료 급감에도 자산운용 부문에서 역대 최대 성적을 기록해 투자은행 부문에서의 손실을 일부 만회했다. 4분기 모건스탠리의 자산운용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6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산운용 부문은 모건스탠리의 전체 매출 중 약 45%를 차지한다.골드만삭스는 소비자금융 부문을 강화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성적이 좋지 못했다. 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인터넷 개인 대출 플랫폼인 ‘마커스’를 이용해 소비자 금융 시장에 진출했지만 2020년 이후 30억달러가량의 손실을 봤다. 데니스 콜먼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업을 시작했을 때 순탄치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4분기 실적을 발표한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수수료 수입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JP모간체이스와 BoA는 소비자 금융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금리 차이 확대로 이자 마진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BoA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입이 전년 대비 29% 늘었다.
WSJ는 “월가 대형 거래가 쪼그라들어 투자은행 부문 의존도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고 분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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