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현(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선거 구호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이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나경원 전 의원과 대통령실 간 갈등으로 김 의원이 ‘윤심(尹心) 후보’라는 게 확연해지자 ‘당심(黨心)’이 급격히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또 다른 2개의 여론조사에서도 김 의원이 34~35%대 지지율을 나타냈고, 나 전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는 11%포인트대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두고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 간 갈등 구도가 형성되면서 ‘윤심’이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대구·경북(TK) 지역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시그널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당원들도 관망하는 분위기였다”며 “최근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윤심이 명확하게 드러났고, 윤 대통령을 당선시킨 당원들의 마음도 김 의원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의 명확한 목표는 결선투표로 가지 않고 1차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가세해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場)만 서면 얼굴 내미는 장돌뱅이인가”라며 나 전 의원을 직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부부가 좋은 의미로 부창부수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출세 욕망으로 부창부수한다면 그건 참 곤란하다”고 썼다. 나 전 의원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의 ‘대법관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예정됐던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다시 ‘잠행 모드’에 들어갔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자신의 거취 문제로 논란이 빚어진 상황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출마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귀국하는 21일 이후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이 대거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면서 나 전 의원이 출마한다고 해도 의원들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출마하지 않으면 ‘반윤(反尹)’으로 찍히고 잊히지만, 출마한다면 결과와 관계없이 다음 기회를 모색할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고재연/노경목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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