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오징어게임', 2022년 '수리남'...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두 작품은 명절을 앞두고 공개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올해 설에도 제작비 수백억 원이 투입된 대작들이 나오면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데요.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리즈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극장가에서도 '잭팟'을 노리고 있습니다.
설 연휴 충무로 대표 주자는 임순례 감독의 '교섭' 입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소재로 했는데요.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이 벌이는 사투를 그렸습니다. 17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어갔습니다. 임 감독의 전작인 '리틀 포레스트'의 열 배에 달하는 예산이죠. 외형은 블록버스터지만 기존의 액션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임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를 보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총을 쏘거나 사람을 죽일 때 이유가 있는 액션을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출발은 좋습니다. 개봉 첫날인 18일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6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아바타:물의 길'을 제쳤죠. 설 연휴 기간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셈입니다.
안방극장에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가 찾아갑니다. 배우 강수연의 유작이자 '부산행'을 찍은 연상호 감독의 복귀작입니다.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정이'는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사이버펑크(인간이 기계에 종속되거나 특정한 인물에 의해 세계가 지배되는 우울한 미래 세계를 묘사한 장르)를 표방하는데요. 연 감독은 이 파격 실험에 대한 안전장치로 '신파'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고전적 멜로와 SF(사이언스 픽션)를 결합했다"며 "한국에 낯선 SF 장르가 편안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주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연 감독이 일종의 '보험'을 든 건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2년 사이 공개됐던 한국형 SF의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승리호'는 스토리가, '고요의 바다'는 캐릭터와 우주 묘사가 아쉬웠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과연 '정이'는 평단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투자자들은 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에 주목합니다. '교섭'의 배급사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이하 플러스엠), '정이'의 제작사는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입니다. 플러스엠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 산하의 배급 브랜드고, 메가박스의 최대 주주는 콘텐트리중앙이죠.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콘텐트리중앙의 손자회사입니다. '정이'와 '교섭'의 관련주로 콘텐트리중앙이 꼽히는 이유입니다. 콘텐트리중앙의 주가(19일 기준)는 2만8500원으로 올해 들어 횡보하고 있는데요.
증권업계는 최근 콘텐트리중앙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올해 극장 이익이 늘어나고 방송 편성의 증가로 외형 성장이 예상된다는 분석입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극장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22% 늘어난 27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80%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방송 역시 JTBC에서 최소 12편이 대기 중이고, OTT에서도 '카지노 시즌2' 'D.P.2' '지금 우리 학교는 2'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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