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이란 외교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을 겨냥해 비판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는커녕 국격을 갉아먹었다”며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UAE 순방 중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발언했다. 이란 정부는 18일 윤강현 주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편가르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도 직격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은 모든 국정 현안을 검사와 범죄자, 선과 악으로 접근한다”며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외교 참사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강남 테헤란로가 졸지에 이적국가 거리가 되어 버렸다”며 “아들과 딸을 그곳(이란)에 파견 보낸 부모들은 매일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태 수습보다는 합리화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여당 외통위 위원들은 외교부 차관을 닦달해 UAE가 이란의 적일 수 있다는 답변을 얻어냈다”며 “도무지 책임 있는 의원들, 지도부라고 생각할 수 없는 행태”라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앞서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에게 ‘UAE가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이란 아닌가’라고 물어 “그렇게 알려져 있다”는 답을 받았다.
한·이란 의원친선협회는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진솔한 자세로 충분히 해명하고 필요하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회장인 김정호 민주당 원내선임부대표와 부회장인 진성준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참석했다. 협회 소속 홍석준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불참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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