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6명의 연금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를 꾸려 연금개혁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회 특위는 여야 의원들로 이뤄졌지만, 연금개혁 논의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학계와 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들이 초안을 만들어 특위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자문위는 이달 말까지 단일안 혹은 복수의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3일 자문위는 중간보고 형식으로 '연금개혁의 방향과 과제'를 특위 전체회의에서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직역연금, 퇴직연금의 개혁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개혁안이 나올 전망이다. 자문위 회의는 두 달째 매주 국회 등에서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해 회의에서 오간 연금개혁의 주요 쟁점 사항을 정리했다.
국민연금의 재정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은 확실시된다. 2018년 4차 재정추계 당시엔 연금 고갈 시점을 2057년으로 예상했지만, 출산율 급락 등으로 곧 발표될 5차 재정추계에선 적자·고갈 시기가 이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도 보험료율 인상의 불가피성 자체에 대해선 이견이 크게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안정론자와 소득보장론자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은 소득대체율 상향 여부다. 연금 급여 수준을 현행대로 유지하느냐, 올릴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소득보장론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소득대체율 등을 들어 '최소한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연금 급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문위 내부의 소득보장론자 중에선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발표했던 개혁안을 다시 꺼내든 위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료율은 3%포인트 높인 12%로, 소득대체율은 5% 올린 45%로 하는 방안이다.
반면 재정안정론자들은 기초연금 인상으로 인해 연금 소득대체율이 이미 올라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보다 더 높게 조정하려면 재원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인지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자문위원은 "더 받으려면 '조금 더 내는' 수준이 아니라 '엄청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점에서 쉬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문위의 재정안정론자로 꼽히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전제로, "10년 내 보험료율 5~6%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엔 퇴직 후 연금을 수령하는 연령을 현행 법정 정년과 같은 60세로 설계했다. 1998년 1차 연금개혁을 통해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져 65세까지로 조정됐다. 그러나 의무 가입 연령은 20여 년간 변동 없이 만 59세로 고정돼 있어 의무 가입 종료 후 수급 개시 전까지 가입 공백과 소득 단절이 발생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자문위원들 사이에서 수급 개시 연령과 의무 가입 연령을 조정하는 방향 자체엔 이견이 없고 두루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67~70세까지 수급 개시 연령을 얼마로 늦추느냐 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또 정년 연장 등은 고용 정책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자문위나 특위 선에서 개혁안에 명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인 기초연금은 정치권에서 여야 모두 '40만원 인상'을 들고나왔기 때문에 특위 차원에서 이에 대한 재검토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현재 '소득 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대상을 확대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는 여전히 쟁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전체 노인에게 지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대상자 선정 기준이나 소득별 차등 지원 등이 특위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다.
연금 제도의 큰 틀에서 기초연금의 목표와 기능을 어디에 둬야 할 것인지를 자문위가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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