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이런 취급을 하느냐" "다른 나라에는 바이러스가 없는가?" "이제부터 한국 가지 맙시다."
최근 우리 정부의 중국인 입국객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에 '반한(反韓)' 감정이 고조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최근 한국 공항에 도착한 중국인들의 입국 경험을 지난 17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제품 불매하겠다"거나 "중국인들만 차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부정적 댓글을 달았습니다. 하루새 댓글 2000개 이상 달릴 만큼 분노를 표출하는 중국 누리꾼들이 많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게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및 단기 비자 발급 제한 조치 등을 시행하자 현지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거셉니다. 특히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부정확한 가짜뉴스 등이 더해지면서 반한 감정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최대 SNS 웨이보(微博)에서는 '한국 입국 시 노란카드 강제 착용' '작고 어두컴컴한 객실에 갇혔다' '한국 정부의 중국인 차별 대우 해명' 등이 해시태그로 공유돼 관련 게시물 누적 조회수가 5억회를 넘어섰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인에게만 노란카드를 걸게 했다' '격리 시설에 침대도 없고 온수도 안 나온다' '식사가 엉망이다' 'PCR 검사 및 격리 비용이 터무니없이 많이 든다' 등의 내용을 접하고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웨이보에는 창문이 없는 어두컴컴한 방에 수십 개의 얇은 매트리스가 어지럽게 깔려 있는 열악한 자가 격리 시설 영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입국만 5시간 걸렸다는 사례, 군인에게 끌려갔다는 사례 등이 공유됐습니다. 식사를 김치와 우유만 주거나, 장아찌만 주는 등 상당히 열악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대부분 중국인을 '범죄자 취급' 하는 것 같다는 반응입니다. 현지 언론은 해당 내용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한 중국인 여성 입국자 천모 씨는 현지 언론을 통해 "양성이 나온 경우 직계존비속이 데리러 와야 하는데 24시간 내에 오지 않은 경우 자가격리 호텔로 끌려가야 한다"며 "1인 1박에 15만원, 2인실은 1박에 7만5000원인데, 이런 입국 조치는 정말 시간·돈 낭비"라고 비난했습니다. 7일 격리 기준으로 총 6300위안(약 115만원)을 지불했다는 경험담도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하는 등 방역 문턱을 높였습니다. 최근 중국 현지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감염자와 사망자 등 통계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에 대응해 감염병 예방 통제 조치를 시행한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격리 시설 현황이 어떤지 확인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평소 중국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관광호텔급 이상의 객실"이라고 답변습니다. 당국은 "온수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깨끗한 화장실을 제공했다"며 숙소 내부 및 도시락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사진을 확인해보니 외국인 확진자가 머무는 격리시설과 제공된 도시락·상비의약품은 대대적 비난을 받을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주영 중앙사고수습본부 의료자원지원팀장은 "비용은 우리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 다른 나라도 전액 본인 부담이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인에게 노란 카드 목걸이를 걸게 한 것에 대해선 방역 당국은 "중국발 입국자 중 단기 체류 외국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아닌 다른 국적의 경우에도 중국발 단기 체류 입국자라면 노란 카드를 목에 걸어야 합니다. 군인이 안내하는 점도 부족한 방역 인력을 확중한 차원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최근 3여년간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실시한 입국자 강제 격리 조치를 떠올리면 중국의 이같은 반응은 '내로남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0년 3월 이후 모든 중국 입국자는 최대 3주간 지정된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격리해야 했는데, 격리 비용을 입국자가 부담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중국에 입국한 한국인들도 숙박비와 코로나19 검사비, 식비 등 한화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항문 검사까지 했던 굴욕적 조치를 고려하면 중국의 태도를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국내 여론입니다.
사실확인 없이 "범죄자처럼 지정구역으로 끌고 갔다"는 등 내용을 자극적으로 전한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0일부터 한국인들의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보복성 조치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새해부터 이같은 '해프닝'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교민과 기업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경제보복과 한한령 등으로 지난 6년간 관광 분야에서만 피해액이 21조원에 달했습니다. 무엇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국 현지 출장길 등이 막히게 되는 등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이 차질을 빚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중 양국을 왕래하는 한 사업가는 "한중관계가 최근 좋아지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자영업자 또는 중소기업의 경우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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