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근이라니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24일 출근을 앞둔 판교 소재 정보기술(IT) 기업 직원 최모 씨는 "연휴가 어느새 막바지라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사는 얼마 전까지 재택근무가 가능했지만 최근 전면 출근제로 전환했다. 최 씨는 "수~목요일은 출근하고 금요일은 재택 하고 싶다"며 "근데 이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출근해서 사무실 분위기를 좀 살펴봐야겠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 내 IT기업들이 올 들어 전면 출근제로 회귀하면서 이처럼 출퇴근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한 중견 IT기업에 다니는 윤모 씨는 "재택근무하면 출근할 때보다 늦게까지 잘 수 있고 상사 눈치 안 보며 편한 옷차림으로 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출퇴근길부터 지옥철에 시달리니 아침부터 기운이 너무 빠진다"며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좋았던 점이 많았던 재택근무가 없어져 많이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신모 씨도 "작년 말부터 재택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이참에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결정했다"며 "하루 왕복 출퇴근만 4시간 걸리는 곳에 살던 터라 편해지겠지만 월세 부담이 커져 속상하다.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도 겨울철 춥거나 눈·비가 올때는 회사 재량으로 재택근무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재택근무 기간 퇴근 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개인 업무를 처리하곤 했던 직장인들도 아쉬움을 털어놨다. 직장인 김모 씨는 "재택근무 후 집에서 퇴근하고 2시간씩 개인적으로 부업을 하던 게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못할 것 같다"며 "소액이지만 부수입이 끊겨 아쉽다"고 덧붙였다.
'재택근무 여부'는 최근 회사 선택에 영향을 줄만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8일 KPR 인사이트 트리가 이직과 퇴사에 관한 온라인상 언급 약 19만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인의 이직·퇴사 결정에 영향을 준 요인은 근무 환경과 기업문화가 37%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복리후생(24%), 직무적합도와 성장 가능성(23%), 급여(16%)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근무 환경과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이 2020년 31%에서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복리후생(2020년 29%)과 급여(2020년 18%)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재택근무를 거치면서 재택근무 효율성을 체감한 직장인들이 점차 근무 환경과 기업문화를 중요시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년간 4차례나 근무제를 개편한 카카오의 경우 지난 17일 노조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은 반대한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근무제는 어떤 것일까. 대체적으로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꼽힌다. 재택근무의 장점과 사무실 출근을 적절히 혼합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는 취지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398명의 직장인들에게 향후 희망하는 근무형태를 조사한 결과 '하이브리드형 근무'를 선택한 비율이 67.3%에 달했다. '하이브리드형 근무'를 선택한 직장인들은 주 3일 출근(47.4%)을 가장 선호했고, 주 2일(25.7%)만 출근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장인들의 근무형태가 다양해지고 있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거점오피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도 생겼다"며 "직장인들은 이러한 근무 형태가 직장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직장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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