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주차장에 차량을 여러 대 주차한 뒤 '꼬리물기'로 빠져나간 한 주차 대행업체가 적발됐다.
20일 KBS는 공항에서 차를 대신 주차해주는 한 사설 주차 대행 업체가 이 같은 주차요금 꼼수를 부리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CCTV 영상을 보면,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무려 차량 12대가 '꼬리물기'를 하며 줄줄이 빠져나간다.
먼저 승합차 한 대가 주차장에서 나오자, 다른 차들이 그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갔다.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차단기가 내려오려 하자 앞차와의 간격을 황급히 더 줄이면서 따라붙었다.
차단기는 마치 12대 차량을 한 차로 인식한 듯 꼿꼿하게 올라가 있었다. 이 같은 꼼수는 다른 날도, 되풀이됐다.
특히 매번 선두 차량은 주차장에 들어왔다가 곧바로 나가는 차량이었으며, 뒤차들은 장시간 주차돼있던 차량이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주차비를 내지 않기 위해 이런 꼼수를 쓰고 있었다. 차단기가 완전히 내려오기 전 앞차에 바짝 따라붙으면, 출구 감지기가 여러 대를 '한 대'로 인식하는 원리를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차량 12대에 부과된 주차료는 '0원'이었다. 맨 앞 차량만 주차비 부과 대상이나, 그마저도 입차한 지 30분이 안 된 회차 차량이라 그 누구도 요금을 내지 않았다.
김포공항 근처 이 빌딩에서 이 같은 범행은 수백 차례 반복됐다. 꼼수의 주인공은 사설 주차 대행 업체였다. 이 사설업체는 주차 맡긴 손님 차들을 인근 빌딩에 세워놨다가 주차비를 떼어먹고 출차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으로 운영되는 무인 주차장이라 감시를 피해 편법 운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이에 관리인 측은 KBS와 인터뷰에서 "두 달이 지나서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내 차가 나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거다. 도둑질하는 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김포공항 안에 있는 주차장에서도 꼬리물기 출차 수법이 적발됐다. 지난해 경찰이 주차 대행업체 한 곳을 적발해 사기 혐의로 송치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해외여행이 본격화되면서 공항 주차장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지자 이러한 사기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차 시스템을 만든 업체에선 차량 감지기가 꼬리물기에 속지 않도록 기계를 보완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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