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인구를 동력 삼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의 인구가 61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반면 인도는 오는 4월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오를 전망이다. 각각 14억 이상의 인구를 거느린 양국의 엇갈린 인구 흐름이 아시아 역사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도의 인구는 앞으로 40년간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를 인용, 중국이 강력한 출산 지원책을 취하지 않으면 신생아 수가 2050년 인도의 3분의 1, 2100년에는 4분의 1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의 변화는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인구 감소로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세계의 공장' 지위는 인도가 물려받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국제 무대에서 인도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인 월터 러셀 미드 바드칼리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미국이 인도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가 중국과 경쟁할 만한 규모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췄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위협’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국가의 불균형이 중국의 야망을 키워 리스크 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그는 인도가 빈곤에서 벗어나 중국과 경쟁할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세계적인 IT 강국이다. 인도의 기술산업은 신흥 중산층을 창출했다. 하지만 IT 산업만으로는 혁신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 세계은행은 2021년 기준 인도의 14세 이하 인구가 3억6000만명 이상으로 중국보다 1억1200만명 더 많은 것으로 추산했다. IT산업은 이들 중 극히 일부에게만 일자리를 제공한다. 영어를 못하고 기술이 없는 수 억명의 인도 노동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제조업 공장 노동자가 되는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인도 제조업은 낙후돼있다. 취약한 인프라, 비싸고 불안정한 전력 공급, 복잡한 노동법과 토지법, 그리고 관료주의 탓에 인도는 아시아 산업화 물결에 합류하지 못했다.
미드 교수는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이 인도가 경제력을 키울 기회"라며 "제조업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제조업자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대내적으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포퓰리즘 정부가 경제적 번영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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