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5년 후인 1993년 2월 15일. 국내 첫 오페라·발레전용 극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문을 열었다. 1988년 음악당과 서예관, 1990년 한가람미술관과 디자인미술관에 이어 이날 오페라극장과 토월극장, 자유소극장이 들어선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함으로써 예술의전당은 세계적인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복합예술문화공간의 면모를 갖췄다.
예술의전당이 음악당 개관 35주년과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는 개관기념일(2월 15일)을 전후로 풍성한 ‘클래식 성찬’을 준비했다. 국내 최고의 클래식 음악 전용홀로 꼽히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0돌을 축하하는 네 차례의 특별음악회를 연다.
첫 공연은 기념일 전야(14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리는 ‘정경화 & 케빈 케너 듀오 콘서트’. 한국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가 1990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국내외에서 함께 리사이틀을 열어 왔다. 케너는 정경화가 “나에게 새로운 음악 인생을 열어준 완벽한 음악적 동반자”라고 소개할 만큼 신뢰를 보내는 연주자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들려준다. 바이올린 독주의 인기 레퍼토리이자 정경화가 즐겨 연주해온 곡들이다. 두 사람이 이전에 함께 한 번 이상은 연주해본 곡들이어서 이번 무대에서는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기념일 당일(15일)에는 독일 지휘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이끄는 KBS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에센바흐는 그가 음악감독을 지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파리 오케스트라와의 내한 공연을 비롯해 서울시향·KBS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자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포디엄에 여러 번 올랐다. KBS교향악단과는 지난해 5월 정기연주회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엔데믹 원년을 맞아 말러 2번 ‘부활’ 연주를 통해 “긴 고난 끝에 다시 일어선 모두에게 바치는 부활의 메시지”를 전한다. 4악장과 5악장에 등장하는 독창 솔리스트로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와 소프라노 이명주가 나선다.
22일에는 2020년 도이치그라모폰 전속 아티스트가 된 후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의 듀오 콘서트가 열린다. 두 사람은 2018년 유럽 투어 공연을 시작으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2019년에는 DG 레이블로 듀오 앨범을 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국내 듀오 연주회는 2019년 2월 예술의전당 공연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D장조,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소나타 d단조,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C장조,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단조를 연주한다.
24일 열리는 마지막 특별 음악회의 프로그램은 한국 가곡이다. 김광현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소프라노 박미자 이명주 황수미, 테너 김우경 정호윤, 바리톤 강형규 등이 노래한다.가고파·내 마음(이은상 시, 김동진 곡),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김효근 시, 곡), 강 건너 봄이 오듯 (송길자 시, 임긍수 곡), 눈(김효근 시, 곡),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김명희 시, 이안삼 곡), 마중 (허림 시, 윤학준 곡) 산아 (신홍철 시, 신동수 곡) 등 친숙하고 정겨운 가곡들을 들려준다.
송태형 선임기자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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