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는 쌓이는데 인건비는 감당할 수 없게 불었습니다. 사업을 이어가려면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금리마저 껑충 뛰어 결국 휴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에서 디스플레이 제조업을 하는 김모 대표는 지난해 말 휴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같이 털어놨다. 김 대표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재고부터 처분하려고 했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고금리·고물가 등 복합위기를 견디지 못해 줄지어 쓰러지고 있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산업단지에서 휴업을 신청한 기업은 68개로 전년(16개) 대비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국가산단에서 휴업을 택한 업체가 한 곳도 없었지만, 최근 들어 휴업을 택한 기업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지방 산단은 물론 우량 중소기업이 몰린 남동, 반월, 시화공단에서도 휴업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휴업 기업이 증가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한계기업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간판’만 남긴다는 의미다. 한계기업은 폐업하기도 어렵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폐업하면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폐업 상태인 휴업 기업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자금난이 영세업체 사이에서 도미노식으로 전가되는 양상도 보인다. 경기지역 한 철강업체의 박모 대표는 “발주 업체가 자금난을 이유로 중도금을 지급하는 대신 공정이 모두 끝난 뒤 대금을 일괄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설맞이 직원 성과급 등 자금 계획이 꼬였다”고 발을 굴렀다.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많다. 코로나19 지원금과 각종 정책자금, 대출 만기 연장, 원금이자 상환유예 등 중소기업의 연명을 도운 지원이 올해 끊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형창/김병근/강경주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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