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공지능은 악마의 소환일까?

입력 2023-01-24 17:13   수정 2023-01-25 00:17

원래 책 제목은 <프랑켄슈타인, 혹은 근대의 프로메테우스>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뜻을 어기고 미물이던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존재다. 불은 신묘했다. 맹수를 쫓아내는 건 물론이고 익힌 음식 덕분에 동물의 3분의 1에 불과한 내장 조직으로 소화가 가능하게 해줬다.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었고, 그 여분의 에너지로 두뇌를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커진 뇌는 문명이라는 걸 이뤄냈고 결국엔 신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자 뿔이 제대로 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산에 묶어놓고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가한다.

어찌 됐든 그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설 때문에 서양인들의 로봇에 대한 세계관이 얼추 결정돼 버렸다. 인간이 만든 인간 유사체는 악마의 편에 선다는 관념 말이다. 그리고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등장했다. 터미네이터? ‘끝내주는 자’라는 의미다. 뭐 그 영화, 재미 하나는 끝내줬다. 하지만 이젠 식상해져서 시리즈도 끝이 난 것 같지만 인간 유사체는 적대적일 거라는 두려움만은 더 확고하게 했다. 그리고 ‘매트릭스’라는 영화까지. 그런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성장한 서양인들에게는 인공지능 개발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미친 행동으로 예단하는 경향이 생겼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보는 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의 ‘미리 보는 자’들 중 한 분인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께에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를 시작해 결국 인간을 뛰어넘는다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겁나는 주장을 했다. 오, 매트릭스의 공포!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이목을 끈다더니 언론의 화끈한 주목을 받고 유명해졌다. 그래서 2018년에 관련 석학 23명에게 인공지능이 두뇌의 50% 수준까지 도달할 시기를 물어봤다. 5명은 아예 모르겠다고 했고 남은 18명이 내놓은 예측치의 평균을 보아하니 2099년이다. 그렇게 나온 점도표를 보니 커즈와일만 2029년이라는 특이한 곳에 방점을 찍었다. 역시 특이하다.

가죽 팬티에 돌도끼 들고 멧돼지를 쫓아다니던 오랜 본성에 ‘산수’란 진짜 안 맞다. 그 고역을 도와주던 주판을 밀어낸 전자계산기가 엑셀로, 전사적자원관리(ERP)로 진화해왔다. 그 연장선에 인공지능이 존재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돈을 번다고 한다. 우리가 진짜 하기 싫어하는 그런 일들을 대신해 줄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돈, 아니 복이 있으라! 인공지능? 새로운 프로메테우스들이 전해주는 신통방통한 현대판 불이다. 인간을 대신한다? 하기는 할 거다.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해줄 거다. 그건 그렇고 두려움을 조장해서 인기 끌려는 이상한 프로메테우스가 입 좀 다물게 묶어놓을 바위산은 어디 없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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