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휠체어 피트니스 장비 제조 스타트업 캥스터즈의 김강 대표(32·사진)는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청각장애인 아버지와 소아마비 지체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장애인에게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고자 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곁에서 어머니를 봤더니 건강관리가 비장애인보다 더 필요해 보였지만 동네 피트니스센터에 갈 때마다 거절당하곤 했다”며 “장애인이 눈치 보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2020년 창업한 캥스터즈는 회사 직원 절반 이상이 가족 중 장애인이 있어 장애인용 제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초기엔 휠체어 바퀴 세척장치인 ‘휠스터 미니’를 만들었다.
지난해부터는 ‘휠체어 트레드밀’(휠리엑스)을 앞세워 장애인 피트니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휠리엑스에 오르면 양팔을 이용해 바퀴를 굴리며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앱을 함께 쓰면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휠리엑스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7전8기’ 과정이 있었다. 2021년 초 시제품을 제작했는데 정작 장애인은 도움 없이 기구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후 장애인 200여 명의 실험을 거쳤고, 8번 만에 나온 제품이 합격점을 받았다. 김 대표는 “영국 경쟁사 제품과 블라인드테스트를 해 저희 제품이 더 좋다는 답이 나올 때까지 버리고 만드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떠올렸다.
김 대표는 창업할 때부터 국내보다는 수요가 많은 해외 시장을 염두에 뒀다. 국내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약 26만 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는 약 1억3000만 명에 이른다.
캥스터즈는 지난해 말 재향군인 복지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미국 보훈부에 휠리엑스를 납품했다. 그는 “한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용 시설을 구분하지만 미국은 장애인이 어느 피트니스센터에 가더라도 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겨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을 할 당시 피트니스센터에서 장애인 코치가 비장애인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캥스터즈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국제재활 및 복지산업박람회 레하케어에도 참가했다. 유럽과 중동 바이어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박람회에 왔던 마지드 라세드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주문서를 작성했고, 본인이 운영하는 기업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총판이 되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며 “6개국에 수출한 상태인데 올해는 더 많은 나라를 개척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산=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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