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영어능력 시험으로 자리 잡은 토익(TOEIC)이 ‘점수 인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년간 텝스(TEPS)와 토플(TOEFL) 등 다른 영어시험에선 한국인의 평균 점수가 8~16% 오르는 동안 토익만 22%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토익 시험이 점수 체계 관리에 실패해 수험자들의 영어 능력을 분별하기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토익이 아닌 다른 영어 시험은 토익만큼 평균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텝스는 토익 점수가 21.5% 상승한 20년 동안 7.8% 오르는 데 그쳤다. 토익과 마찬가지로 만점이 990점인데, 571점에서 616점(뉴텝스 기준 333점)으로 45점 상승했다. 토플은 읽기와 듣기 영역만 따질 때 같은 기간 60점 만점에 38점에서 44점으로 올랐다. 15.7% 상승하는 데 그쳐 토익의 상승 폭에 못 미친다.
학계에선 토익만 유독 점수가 오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토익이 2006, 2016년 두 차례 시험을 개정하면서 990점 만점 점수 체계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토익 개정 전인 2015년과 개정 후인 2017년의 650점이 똑같은 영어 능력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을 바꾸면 점수 척도도 바꿔야 한다는 규칙은 평가학계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다. 2014년 미국심리학회(APA) 등이 발표한 ‘교육 및 심리검사의 기준’에선 ‘시험에 주요한 변화가 발생할 때 새로운 점수 척도를 마련하거나 이전 시험과 점수를 바로 비교할 수 없음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토플, 텝스는 주요 개정 때마다 점수 척도를 바꿔왔다. 다만 한국의 토익 주관사인 YBM은 “점수 체계를 개편할 정도의 변경이 아니었고, 연구 결과 새로운 시험의 난이도가 기존 시험과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또 "토익은 영어 실력이 다양한 수험자가 응시하지만, 텝스와 토플은 서울대생이나 해외 유학생이 많이 응시한다"며 "성격이 다른 이 시험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인사혁신처는 “토익과 다른 영어 시험 간 환산 기준을 포함해 공무원 시험에 관련된 인증 시험 전반을 정기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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