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흥행 1위 기록을 가진 영화의 위엄은 여전히 막강했다. 13년이란 오랜 세월이 흘러 나온 '아바타' 신작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국내에서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아바타2는 24일 오전 7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지 42일만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모은 외화다. 국내 개봉작 가운데선 '범죄도시2'에 이은 두 번째 1000만 영화다. 전편(38일 만)에 비해선 나흘 늦은 기록이다. 국내 매출로는 23일 기준 1263억원에 달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여러분들의 성원과 사랑에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바타2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포함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20억 달러(약 2조4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흥행 비결은 단연 압도적인 영상미에 있다. 아바타2는 판도라 행성에서 나비족이 된 인간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가 사랑하는 네이리티(조이 살다나 분)와 가족을 이루며 시작된다. 이들은 인간의 무자비한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배경은 열대우림에서 바다로 옮겨간다. 캐머런 감독은 13년간 쌓아올린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다에 풍덩 빠진 듯한 생생한 체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영상미를 즐기려는 관객들로 인해 CGV의 아이맥스, 메가박스의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은 매진 행렬을 벌였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 줄거리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보다 어느 특수관에서 봤는지, 어느 자리가 좋은지 영화관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왔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극장에서 볼 영화'라는 개념과 기준이 명확해졌는데, 아바타2는 그 기준을 잘 보여준 영화"라고 분석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수관이 잘 되어 있는 편이고 관객들의 관심도 높다"며 "서사 구조 자체는 1편하고 비슷하지만, 특수관을 통해 새로운 영화적인 체험을 하려는 관객들이 많이 관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던 가족 이야기는 오히려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자, 12세 관람가 영화인만큼 부모가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반항아처럼 보이는 로아크, 정체성을 고민하는 키리의 모습도 청소년기 아이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CGV데이터전략팀에 따르면 아바타2 관객 중 가족으로 추정되는 3인 이상 관객은 30%를 넘어섰다. 다른 작품들의 경우 3인 이상 관객은 10~20%에 불과하다. 윤 평론가는 "너무 신파적이지 않으면서도 가족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코드들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반 흥행 속도에 비해 1000만 돌파는 예상보다 지연됐다. 아바타2는 개봉 30일만인 지난 12일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편에 비해 이틀 빠른 셈이었다. 하지만 이후 속도가 크게 떨어지며 최종 1000만 돌파 기록 달성이 늦춰졌다. 특수관 예매에 실패한 이들은 관람을 포기하거나 미룬 영향이 컸다. 여기에 '교섭' '유령'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설 연휴 전후로 경쟁작들이 잇달아 개봉하며 더욱 속도가 떨어졌다.
앞으로 개봉할 아바타 시리즈의 흥행 기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4년 말엔 '불'을 전면에 내세운 아바타 3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이어 격년으로 아바타 5까지 개봉할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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