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은행주가 급등하고 있다.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고금리에 호실적이 예상되는 점 또한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대거 사들이면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25일 오전 10시 22분 현재 카카오뱅크는 전거래일 대비 500원(1.8%) 오른 2만8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KB금융(1.58%), 우리금융지주(1.32%), 하나금융지주(1.18%), 신한지주(1.17%), 기업은행(0.96%), BNK금융지주(0.56%), DGB금융지주(0.26%)도 줄줄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JB금융지주만 하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국내 금융지주사로 구성된 KRX 은행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18% 뛰어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7.1%)을 훨씬 웃돌았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JB금융지주가 37%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 밖에 신한지주(23.01%), 하나금융지주(22.47%), 카카오뱅크(21.96%), KB금융(17.53%), DGB금융지주(11.3%), BNK금융지주(10.15%), 우리금융지주(9.96%), 기업은행(6.42%)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주가 이처럼 뛴 건 새해 들어 확산된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지주는 지난 2일 열린 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 12%대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주주환원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금융지주 7곳(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에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금융권 전반에 퍼졌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율 상한은 30~35%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은행지주들의 총 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의 24%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은행 평균치(64%)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시한 목표치는 최소 50%다.
그간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국내 은행주의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돼 온 만큼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0.5배에 불과하다. 해외 금융주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업종과 비교해도 크게 저평가돼 있단 분석이다. 해외 금융사들의 PBR은 평균 1.3배 수준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간의 PBR은 1.6배에 달했다. 국내 17개 업종 중에선 유틸리티, 증권업종 다음으로 은행업종이 가장 낮았다.
연초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순매수세도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다. 올 1월 2~20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은행주가 대거 포진돼 있다. 신한지주 3위, 하나금융지주 4위, KB금융 7위, 카카오뱅크 10위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 기간 JB금융지주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들였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을 14.04% 보유한 2대 주주이기 때문에 적어도 JB금융만큼은 배당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도 호재로 작용했다. 다음달 2일 BNK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주요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7일 KB금융과 기업은행, 8일 카카오뱅크와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9일 하나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의 실적 공개가 예정됐다.
증권가에선 은행주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올 하반기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피봇(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커질 경우 은행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현지시간) Fed가 다음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25bp(1bp=0.01%포인트) 낮추고, 올해 봄 금리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보도한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욱 연구원은 "피봇 기대감이 커질 경우 단기에 성장주 리바운딩(반등)이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은행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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