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끝나고 폭락한 내 주식…'올빼미 공시'에 또 당했다

입력 2023-01-26 08:32   수정 2023-01-26 08:33


올해에도 '올빼미 공시'가 끊이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증권시장이 마감 후나 주말·연휴 직전에 공시하는 것을 '올빼미 공시'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러한 공시들이 주로 '악재성'이다보니 연휴가 끝나고 바로 주가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이 열리자마자 주가가 떨어질 게 뻔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학계와 개인 투자자들은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함께 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서 200건의 공시가 게재됐다. 이 가운데 오후 3시 30분 정규장 종료 후 발표된 공시는 67건으로 전체의 33.5%였다.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 장 마감 후 악재성 내용을 공시한 일부 기업의 주가는 다음 거래일인 25일 하락했다. 코스닥 상장사 테라사이언스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14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하면서, 자사주 615만6875주를 처분했다고 20일 장 종료 후 공시했다. 다음 거래일 회사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0원(4.01%) 하락한 2155원에 마감했다. 처분된 자사주가 시중에 풀리면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코퍼스코리아는 지난 20일 장 종료 후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를 발표했다. 111만2232주가 내달 3일과 7일 두 차례에 나눠 신규 상장한다. 발행주식총수 대비 3.07%에 해당하며, 전환가액은 2724원이다. 코퍼스코리아는 발행주식 대비 1.04% 규모 37만5552주의 교환청구권도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다음 거래일 회사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5원(1.56%) 내린 3465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신주가 상장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늘어나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의 올빼미 공시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증시 휴장일이었던 지난해 30일 파라텍은 회사분할 결정 공시를 냈다. 설비사업 부문을 단순·물적분할해 휴림엔지니어링이라는 새 회사를 세운다는 내용이다. 휴림엔지니어링이 설립될 경우 발행되는 지분 100%가 파라텍에 배정된다. 하지만 알짜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가치를 희석할 수 있어 시장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해당 공시 발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파라텍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59% 하락했다.

학계와 개인 투자자는 현행 공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올빼미 공시를 악용하는 회사는 분명히 있지만 그를 가려내기 쉽지 않은 형편일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공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시 제도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장중을 포함해 증시 개·폐장 전후 1시간으로 공시 시간을 엄격히 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2019년 금융위원회는 올빼미 공시 근절을 위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요 경영 관련 정보를 연휴 직전과 연말 폐장일 등에 반복해서 공시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개 대상은 최근 1년간 2회 이상 또는 2년간 3회 이상 올빼미 공시를 한 경우다. 다만 제도 도입 후 아직 명단에 오른 기업은 없다.

앞으로도 주요 연휴나 공휴일을 앞두고 올빼미 공시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올빼미 공시를 주의해야 할 주요 시기로는 △근로자의날(4월29일~5월1일) △어린이날(5월5~7일) △추석(9월28일~10월1일) △한글날(10월7~9일) △크리스마스(12월23~25일) △신정(12월29일~2024년 1월1일) 등이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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