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아파트 중 가장 이름이 긴 곳은 전남 나주에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2차)’로 총 25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구분 명을 빼더라도 23자나 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까지는 주로 지역명과 건설사 이름으로 아파트 이름을 짓곤 했다. 그 예로 '압구정 현대 아파트'가 있다. 이후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외국어를 사용해 아파트 이름짓기를 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스테이트’ ‘파크’ ‘캐슬’ 등 비교적 단순 영어 단어가 사용됐지만 이후 프랑스나 스웨덴어 등 여러 국가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 예로 한화건설의 ‘포레나’는 스웨덴어로 ‘연결’ ‘맞잡다’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고급 브랜드 추구를 위해 ‘아크로’ ‘써밋’ 등 단어가 붙기도 했다. 두 개 이상 건설사가 합작할 때엔 아파트 이름이 더욱 길어진다. 경기 화성 소재 ‘동탄 시범 다은마을 월드메르디앙 반도유보라 아파트’는 월드건설과 반도건설이 함께 건설하면서 아파트 이름이 20자를 넘기게 됐다.
업계에선 이렇게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는 배경에는 '애칭을 가진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오른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길고,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 관련 토론회’를 연 것은 이러한 의문에서부터다.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 관계자는 “아파트 이름이 과도하게 길거나 복잡하면 시민이 과연 주소를 쉽게 인지할 수 있을지, 공동주택이란 성격상 (이름이 긴 게) 공공성에 부합한 지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 각계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가 학계나 건설업계 등 의견을 수렴하니 “아파트는 사유재이자 사적영역이지, 공공재나 공공영역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아파트도 하나의 상품인 만큼 고객이 복잡한 이름을 요구할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 상반기 중 시민과 공인중개사, 건설업계 및 전문가들을 모아 공개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