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거래가 속출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일부 단지는 아파트 리모델링 기대감에 집주인이 급매를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분양에 나선 리모델링 단지에서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나오는 등 사업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송파구청으로부터 증축형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 통과 통보를 받았다. 안전진단 결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한 ‘B등급’ 판정이 났다. 수평증축을 추진할 때는 추가 안전진단 절차 없이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1990년에 준공된 이 단지는 336가구 규모다. 2018년 리모델링 추진위를 설립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건설이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조합 측은 곧바로 건축심의 준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일부 집주인은 급매로 내놨던 물건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소형 단지인 탓에 하락기에 거래가 없었는데, 그마저도 최근 집주인이 다시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하락 거래에 민감한 대단지와 달리 시장에 나온 매물의 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됐다”고 했다.
사정은 인근 리모델링 추진 단지도 비슷하다. 삼전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역시 최근 대의원회를 열고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설계 변경안을 논의했다. 수직증축 안전진단에 성공한 단지가 나오면서 해당 단지를 설계한 설계업체로 용역을 바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합 측은 주민설명회를 연 뒤 설계업체 등 변경을 확정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기존 수직증축 설계에 대한 추가 검토를 의뢰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에서는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다수 단지가 29가구만 분양할 예정이어서 고분양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미 분양에 나선 리모델링 단지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며 부정 전망도 강하다.
실제로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면적 65㎡는 최근 12억514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지난해 1월 같은 크기 최고 분양가가 14억726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2억2000만원 ‘마피’가 붙은 셈이다. 이 단지는 29가구만 분양해 분양가 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를 피했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매물이 나온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인근 리모델링 단지가 모두 29가구 분양 방식으로 사업성을 계산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조합원 부담 가중이 불가피해 리모델링 사업 변경을 검토 중인 단지도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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