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출간 20주년 기념판이 나오기도 했던 이 소설이 국내에 <퍼마 레드, 가장 어두운 이름>(사진)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책은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과 당시 인디언들의 절망적인 삶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다.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주인공 루이스 화이트 엘크는 1940년대 몬태나주의 인디언 플랫헤드 자치지구 퍼마 지역에 사는 10대 소녀다. 인디언인 그의 삶은 고달프다. 술집 입구에 ‘개와 인디언은 사절’이란 문구가 붙을 만큼 원주민에 대한 시선이 차가웠던 때다. 미국 사회에 동화시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인디언 학생들을 기숙 학교에 보내는 정책이 시행되고, 엘크 역시 강제로 가족과 떨어져야 했다. 엘크는 원주민 자치지구 바깥의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그를 연모하는 세 남자와 엮이면서 기구한 삶이 펼쳐진다.
치정극의 탈을 썼지만 단순 치정극은 아니다. 엘크 주위를 맴도는 남성들은 각각 인디언 자치지구와 바깥의 세계, 그리고 그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두 세계 사이에 끼인 인물이 겪는 불안과 동요, 저항과 좌절은 지금도 우리가 겪는 일이다. 작가는 이를 1940년대 인디언 자치지구를 배경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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