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용은 제품 가격에 전가된다. 국내 법규상 해외에서 인천 아이허브 물류센터에 들어온 상품은 해외 소비자에게만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보세구역에선 상품을 임시 보관하는 것만 가능한데, GDC는 상품 재포장도 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글로벌 e커머스 기업들은 각 대륙의 주요 거점에 GDC를 짓고 이를 전진기지 삼아 인접 국가에 빠르게 상품을 보낸다.
GDC가 없으면 개별 주문 단위로 항공 배송을 해야 하지만, GDC를 지으면 배를 이용해 컨테이너로 상품을 들여와 보관·판매를 병행하는 게 가능해진다. 직구의 약점으로 꼽히는 복잡한 상품 교환·반품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이런 이점을 노리고 세계 각지에 GDC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아마존은 터키에 1억달러(약 1240억원)를 투입해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3월 밝혔다. 알리바바그룹 물류회사인 차이냐오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2021년 벨기에 리에주공항에 물류센터를 열었다.
각국 정부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물류센터 유치 시 직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물론 인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후방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업체들은 GDC 유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GDC에 반입된 상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지속해서 요청 중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소극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10월 ‘전자상거래 관련 국민 편의 및 수출 제고 방안’을 내놓으면서 동북아시아 전자상거래 물류허브 구축을 위해 GDC에 반입된 물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달 내놓은 관련 고시 개정안에서는 ‘국내 사업자’에게만 배송을 허용했다. 한 관세사는 “직구는 주로 개인이 상품을 구매하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인데 국내 사업자에게만 배송을 허용한다는 건 규제를 푸는 시늉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GDC에 들어온 상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있도록 완전히 풀어주면 기존 유통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상품을 정식 수입해 판매하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물건을 살 때와 직구를 할 때 배송시간, 반품 조건 등에서 차이가 거의 없어져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물류업체들은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해선 초(超)국경 택배 활성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를 고집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친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사는 대신 사후서비스(AS)를 보장받을지, 저렴한 가격에 직구하는 대신 AS를 포기할지는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라며 “GDC를 통해 식품을 관리하면 일반 직구 제품보다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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