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징집을 피해 베링해를 건너 미국 알래스카로 망명한 러시아인 두 명이 석달여 만에 구금에서 풀려났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1971년생과 1978년생인 이들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다가 요주의 인물이 됐으며, 전쟁에 끌려가 목숨을 잃지 않으려고 망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시베리아 작은 해안 마을 에그베키노트에 살던 세르게이씨와 막심씨가 지난해 9월26일 녹색 군복을 입은 러시아군이 현관문을 두드리고 다니자 탈출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대 때부터 친구인 이들은 정부를 향한 불만을 나누는 사이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이 중 트럭 운송회사를 운영하던 세르게이씨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다가 한 달 전에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극단주의 혐의로 기소되고 지역 연금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이들은 어부인 막심씨가 마련한 작은 배에 식량과 연료를 채우고 9월29일 300마일(약 480㎞) 떨어진 알래스카 서쪽 외딴섬 세인트 로렌스로 출발했다.
갖고 있던 루블화는 달러화로 교환이 안 되기 때문에 친구와 친척에게 나눠줬다. 탈출 계획은 세르게이씨의 딸 한 명에게만 알렸다. 세르게이씨는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국가 선전을 믿는다"고 말했다.
세인트 로렌스 섬에 도착한 이들은 마을에 상륙해 구글 번역기로 망명하겠다고 밝혔고, 주민들은 환영하며 피자와 주스를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민 당국은 다음 날 이들을 앵커리지로 데려가 감옥에 이틀간 둔 뒤 워싱턴주 타코마의 구금센터로 보냈고, 석 달 넘게 구금됐다가 지난 13일, 18일 순차적으로 보석 석방됐다.
이후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난민을 돌보는 우크라이나인 신부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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