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니까 축의금 대신 여행비 10만원씩 달라는 친구 [이슈+]

입력 2023-01-26 07:58   수정 2023-01-26 09:06


'비혼'을 선언한 친구가 지금까지 자신이 줬던 축의금의 일부를 여행비로 돌려달라고 했다는 사연이 공개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40대 직장인이라는 A씨의 이런 사연이 올라왔다. 그는 "시대가 바뀌어서 나도 따라가는 게 맞는 건지 듣고 싶다"고 의견을 구했다.

A씨는 어릴 때부터 비혼을 선언한 친구 B씨와 자신을 포함해 총 5명의 친구가 친하게 지내왔다. B씨를 제외한 모든 친구는 현재 결혼을 마쳤고, B씨는 그간 친구들에게 축의금으로 각각 30~50만원씩 냈었다고.

그런데 B씨가 최근 대뜸 "이번 봄에 해외여행 길게 가니까 10만원씩 보태달라"며 "뿌린 만큼 거두진 않더라도 40살 생일 기념 여행 가는데, 그 정도는 받아도 될 것 같다"고 요구한 게 A씨가 글을 올리게 된 배경이다.

A씨는 "비혼인 친구가 우리보다 훨씬 돈을 잘 벌고 돌잔치 등 선물을 챙겨준 적도 많기는 한데, 이렇게 대놓고 돈 달라고 하는 건 좀 이해하기 어렵다"며 "좀 깬다고 해야 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친구들의 경사를 잘 챙겨온 친구에게 A씨가 너무하다는 비판과 B씨가 축의금을 투자 개념으로 생각한다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A씨를 비판한 누리꾼들은 "축의금에 돌잔치에 여러 번 선물까지 챙겨줬는데, 10만원보다 더 줄 수 있지 않나", "30~50만원씩 챙겨준 친구에게 10만원 주는 게 아까워서 이런 글을 올리다니", "고작 10만원에 아깝단 말 나오면 친구 아닌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A씨 편에 선 누리꾼들은 "B씨가 본인이 낸 돈만 생각하는 것 같다. 결혼식장에서 밥도 먹었을 텐데", "줄 수는 있지만 10만원씩 액수를 정해서 말하는 게 싫다", "축의금을 투자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나", "개인 여행은 경조사가 아니지 않나"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젠 낯선 일 아닌 비혼…지원금까지 준다는데, 괜찮을까요?"

'비혼주의자'의 증가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혼인 신고를 한 부부는 19만2507쌍으로, 2011년(32만9087쌍) 대비 41.5%가량 줄었다. 반대로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계속 늘어 2021년 33.4%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30대 남성의 미혼 인구 비율은 50.8%, 30대 여성 미혼 인구 비율은 33.6%에 달했다.

비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자 기업에서도 비혼자에게도 기혼자와 동일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겨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비혼 선언을 한 만 38세 이상, 근속 기간 5년 이상 직원들에게 결혼한 직원과 똑같은 기준으로 기본급 100%와 경조사 휴가 5일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혼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모양새다. 여론조사 플랫폼 서치통이 지난 5~9일 2276명에게 LG유플러스의 이른바 '비혼 지원금'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4%가 지원금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는 의견은 23.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1.4% 순으로, 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았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다른 제도로 지원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저출산 사회에 회사가 비혼을 장려하는 것 같다' 등의 이유를 꼽았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관과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 같다', '비혼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결혼하려다가 비혼 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등을 선택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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