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영국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약 3800억원을 투자한 국내 보험사들이 원금의 최소 30%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국내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시공 컨소시엄에 참여해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투자에 참여했지만, 상업 가동 시기가 예상보다 4년가량 지연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MGT프로젝트는 영국 북동부 티스 항구에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연평균 생산 용량 299㎿로, 바이오매스 발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기조에 부합하는 데다 국내 건설사 삼성물산이 시공에 참여하면서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보험사들은 발전소 건설 비용 총 8억8830만파운드(당시 환율 기준 약 1조3000억원) 중 2억500만파운드(약 3000억원)를 메자닌(중순위 채권) 형식으로 지원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하나증권이 2017년 말 조성한 펀드를 통해서다. NH생명, NH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삼성화재,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등이다.
펀드는 연평균 6%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2020년 1월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해 차익을 얻는 것이 목표였다. ‘준공리스크’를 부담한 중위험·중수익 투자였다. 보험사들은 당시 공정률이 90% 이상에 달해 위험이 적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준공이 지연됐다. 2021년에는 공사 진행 중 분진 폭발 및 화재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해 기존 시공 컨소시엄이 영국 현지 업체 등으로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투자자들은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삼성물산 등 시공 컨소시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호주 맥쿼리 등 지분 투자자들이 소송을 주도하고 있지만 승소할 경우 메자닌에 투자한 국내 보험사도 투자금을 일부 돌려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발전소가 내년에 정상 가동되면 수익증권을 매각해 투자자에게 원금뿐만 아니라 수익금까지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업 생산이 더 미뤄지거나 선순위 대출 만기 연장이 불발되는 등 최악의 경우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소송에 이겨 투자금을 최대한 많이 돌려받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에 대해 “회사는 시공 컨소시엄 중 자재 구매 등 조달을 담당했을 뿐”이라며 “갑작스러운 시공사 변경으로 받은 피해에 대해 컨소시엄이 MGT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중재로 넘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