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년 전통의 빈 소년합창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날 합창단은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노래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지휘자 마놀로 카닌(47)은 “코로나19 직전 투어 일정에 한국이 있었기에 ‘아리랑’ 작품과 이 나라가 더욱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는 아직 눈이 오지 않는데 오늘 한국에는 함박눈이 내리더라. 특별한 순간에 한국에 온 것 같아 더욱 기쁘다”고 했다.
1498년 오스트리아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궁정 교회 성가대로 시작한 빈 소년합창단은 세계 최고의 소년합창단 중 하나다.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합창 단원으로, 베토벤이 반주자로 활동했으며 모차르트와 브루크너는 합창단의 지휘를 맡은 바 있다. 빈 소년합창단은 인연을 맺은 거장들의 이름을 붙여 ‘모차르트’ ‘슈베르트’ ‘하이든’ ‘브루크너’ 등 네 개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지휘자 카닌이 이끄는 빈 소년합창단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슈베르트의 ‘마왕’,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 등 다채로운 합창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카닌은 “이번 공연은 너무나 뜻깊다. 우리 모두 코로나19라는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한국 청중에게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맘껏 노래하는 기회를 주고 싶고, 더욱 다양한 음악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선사하고 싶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에 대한 우리의 깊은 사랑과 즐거움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합창단 운영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합창단은 축구단과 같다. 호날두 같은 특출난 인물이 필요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함께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통일된 생각이 좋은 공연을 위해 중요하다. 단체 생활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빈 소년합창단은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지 민속촌 등 각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일정을 넣는다.
합창단에는 한국인 단원도 있다. 2020년 입단한 이연우 군(13)은 어떻게 빈 소년합창단에 들어가게 됐냐는 질문에 긴장한 얼굴로 “한국에서 작은 합창단에 있었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노래를 잘하는 편이라며 시험을 보라고 권유했다”며 “처음에는 한국어가 아닌 독일어로 생활해야 한다는 게 어려웠지만, 지금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노래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빈 소년합창단은 이달 27일 서울 관악아트홀에서 신년음악회를 연 뒤 28일 함안문화예술회관, 29일 부산문화회관, 2월 1일 속초문화예술회관, 2월 2일 구미문화예술회관, 2월 4~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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