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후 7년여 만에 ‘게임 체인저’라고 할 만한 AI가 등장했다. 바로 ‘챗GPT’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세운 오픈AI는 작년 11월 챗GPT의 연구용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다. 사용법도 쉽다. 사이트에 접속해 질문이나 요구사항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곧장 답한다. 기능 자체는 이전에 나온 챗봇과 다를 바 없다. 차이점은 결과물이다. 전문가가 썼다고 해도 손색없는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하는가 하면 시를 짓기도 한다.
전에 없던 성능의 AI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챗GPT의 하루 사용자는 출시 1주일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 1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6일 오전 한때 접속이 막히기도 했다.
미국에선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내는 일도 빈번해졌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오픈AI는 챗GPT로 작성한 글을 가려내기 위한 AI도 개발하기로 했다.
챗GPT뿐만이 아니다. 텍스트는 물론 그림, 음악을 수준급으로 만들어내는 AI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처음으로 인간이 아닌 기계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시대를 불시에 맞이한 것이다.
정보 제공 특화된 '챗GPT'…세상 뒤바꿀 '게임 체인저'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오픈AI의 다양한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오피스 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글을 써줄 수 있고, 발표 주제에 맞는 그림을 만들어줄 수도 있게 된다.
가장 크게 관심을 끈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도입하기로 한 점이다. 그동안의 검색 서비스는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해 유사성이 높은 웹페이지 링크를 차례대로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챗GPT는 웹사이트를 보여주는 대신 이용자의 질문에 곧바로 정답을 제시한다. 원하는 내용을 찾기 위해 검색 서비스가 제시한 수많은 링크를 일일이 클릭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이 같은 움직임을 경계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챗GPT의 등장으로 기업의 AI 적용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챗GPT처럼 기존의 AI와 비교해 활용법이 단순하고 결과물도 좋은 AI가 등장한다면 큰 거부감 없이 도입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 AI가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미국에선 챗GPT를 과제 작성에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뉴욕과 시애틀의 일부 공립학교는 학교에서 챗GPT 접속을 금지했다. 네이처지는 챗GPT와 같은 도구를 논문에 사용할 경우 명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AI가 생성한 글을 통해 거짓 정보가 오갈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AI는 온라인 웹사이트와 뉴스, 블로그 게시물 등의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이곳의 정보 가운데 잘못된 내용이 섞여 있을 수도 있어서다. AP에 따르면 챗GPT가 허위로 판명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글을 쓴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AP는 “AI 도구는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말과 프로파간다를 하려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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