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게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개발사인 오픈AI에 2019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3년여 만에 업계 판도를 바꿀 대작을 내놓았다. 앞으로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AI와 검색, 클라우드 등 관련 시장을 압도한다는 목표다. 그 중심에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그는 2016년 사령탑에 오르자 무력감에 빠진 MS를 모바일과 클라우드, 인공지능 업체로 바꾸겠다는 비전과 함께 인력과 조직, 제품 라인에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그 덕분에 5년 만에 미국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고, 지금도 애플과 선두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는 시대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세계 혁신기업 1~5위가 모두 애플과 MS,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같은 미국 기업이다. 여기에는 우수한 인력과 큰 시장, 글로벌 전파력이 뛰어난 혁신 인프라가 주효했을 것이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나델라류의 기업가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지난 10년간(2010~2020년) 글로벌 1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한 한국 기업은 전무하다. 같은 기간 중국은 11개, 일본이 5개를 순위에 새로 진입시켰다. 어려운 경영 환경이나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등을 탓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혁신 역량이 정체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구글 알파고가 세상을 놀라게 한 지 7년여 만에 MS가 한층 진화한 AI 신기술을 내놓은 것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해외 경쟁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내놓기 위해 얼마나 절치부심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혁신은 호황과 불황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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