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 그 무극의 길>은 ‘2022 무예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그동안 나온 무예 소설은 역사적 전쟁이나 무사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의 태동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현대 인물 이준구를 중심으로 펼쳤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충호 작가는 무예를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그것을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사료를 발굴해 한 줄 한 줄 역사서를 쓰는 마음으로 집필했다는 작가는 “우리의 전통 무예인 태견의 뿌리에서 싹을 틔워 세계 마셜아츠의 정상에 우뚝 선 위대한 태권도의 역사를 오래전부터 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충호 작가의 이력을 살피다 보면 강호를 평정한 무림의 고수가 스르륵 떠오른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에서 강의하며 지난한 태권도 역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우선 놀라게 된다. 단어 암기의 신기원을 이룬 <영단어 자동연상암기법>의 저자이기도 한 이충호 작가가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면서 시, 소설, 수필, 평론 당선이라는 등단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사실도 경이롭다. 정년퇴직할 때까지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해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서울시인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으며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등 다양한 협회에서 활동했다. 그가 흥사단 세계빈민돕기운동 대표로 활약한 사실까지 알고 나면 ‘롤모델로 삼기에 벅찬 인물’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낯선 곳과 돈 한 푼 없는 상태라면 누구나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다. 이준구는 절망을 안고 텍사스로 돌아가기보다 “이 거대한 힘의 나라 심장부에 태권도란 나무를 심어보자!”라고 외친 뒤 대사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400달러를 빌려 워싱턴에서 체육관을 연 뒤 일본 무예 가라테가 큰 인기를 누리는 미국 땅에 당당히 태권도의 위상을 세우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강한 정신력으로 각종 난관을 뚫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에는 태권도 정신에서부터 태견이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정착되는 과정과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이 잘 기록돼 있다. 현재까지 세계 150개 회원국에서 6000만 명 넘는 사람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으며 그 정신을 생활철학으로 삼고 있다. K팝부터 K뷰티까지 세계가 온통 우리 문화에 열광하고 있는데 세계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K컬처는 단연 태권도였다.
<태권, 그 무극의 길>을 읽으면 너무 친숙해서 잘 아는 운동이라고 생각한 태권도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아울러 태권도가 세계 마셜아츠의 선봉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 감동하며 감사하게 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