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치킨을 튀겨주고 서빙까지 하는 시대다. ‘1가구 1로봇’ 사회도 머지 않은 느낌이다. 우리 일상 곳곳으로 파고드는 로봇 산업의 높은 잠재력에 투자할 시기다.”
정대호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사진)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매니저는 국내 로봇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K-로봇액티브’를 운용하고 있다. 이 상품은 정 매니저가 선보인 첫 ETF이기도 하다.
정 매니저는 2010년 인터넷·게임·미디어 산업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시작해 올해 펀드매니저 6년차를 맞았다. 성장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은 관심을 둔 그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이다. 작년 초부터 로봇 기업 십여 군데를 탐방 다니며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그가 로봇 산업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 매니저는 “고령화·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로봇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리쇼어링(해외 공장 자국 복귀)에 따라 자동화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적 변화와 함께 기업의 투자, 정부의 지원이 맞물리면서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 관련주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일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로봇주 전반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KODEX K-로봇액티브는 올 들어서만 21.60% 상승했다. 이 기간 전체 국내 ETF 가운데 레버리지형 상품을 제외하고 수익률 3위에 올랐다.
로봇주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일각에서는 “주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작년 삼성전자가 로봇을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로봇주가 급등락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정 매니저는 로봇주에 대해 “주가가 단기 조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과도하게 급등한 종목에 대해선 투자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종목에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정 매니저는 지난해 11월 상품 출시 이후 두 차례 리밸런싱(종목 교체)에 나섰다.
KODEX K-로봇액티브는 삼성전자 투자비중이 9.34%로 가장 높다. 레인보우로보틱스(7.96%), LG전자(7.63%), 네이버(7.27%), 두산(6.46%) 등도 담고 있다. 중소형주 중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로보티즈(5.83%), 에스피지(4.79%), 에브리봇(3.83%), 유일로보틱스(3.40%) 등의 비중이 높다.
최근 리밸런싱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비중을 줄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8%), 에스비비테크(1.05%), 뉴로메카(0.97%)를 새로 담았다. 액티브 ETF인 만큼 펀드매니저가 어떤 종목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포트폴리오를 통해 알 수 있다.
정 매니저는 중소형주를 고를 때 ‘매출 증가율이 높은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산업 성장 초기 단계에는 투자 때문에 적자가 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매출 증가율이 해당 산업의 시장 규모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주가 누구인지, 어떤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지, 어떤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도 중요하다”고 했다.
대형주는 소위 ‘로봇에 진심인 기업’을 골라냈다는 설명이다. 그는 “두산, 현대차 등은 로봇 관련 사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향후 기업가치가 재평가받으면서 밸류에이션이 ‘레벨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로봇 산업은 성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될지 불분명하다. 국내 로봇 전문 업체들은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중소형주가 대부분인 만큼 주가 변동성도 크다. 전문가들이 개별 종목보다는 ETF를 통해 산업 전반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정 매니저는 “앞으로 좋은 로봇 기업이 신규 상장할 것에 대비해 비상장 기업도 많이 만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발굴해서 포트폴리오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