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 고기·대용량 삼각김밥…짠물소비 확산

창고형 할인점은 물론 편의점에서도 대용량 제품이 인기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용량 제품보다 단위당 가격이 싼 대용량 제품에 손을 내미는 소비자가 늘었다. ‘불황형 소비’가 유통채널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7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대용량 삼각김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반 삼각김밥의 매출 증가율은 20.1%였다.

CU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삼각김밥 매출 구성비를 분석한 결과 대용량 삼각김밥은 전체 삼각김밥 매출의 51.0%를 차지했다. 일반 삼각김밥을 앞지른 건 작년이 처음이다. 2년 전만 해도 대용량 삼각김밥의 매출 비중은 14.0%에 불과했다.

일반 삼각김밥은 평균 110g의 용량에 가격은 1100~1200원이다. 밥 반 공기 용량으로, 보통 간식용으로 소비된다. 대용량 삼각김밥은 밥 한 공기에 맞먹는 160~210g으로, 1400~1700원에 판매된다. 식사 대용으로 구매하는 이가 많다.

대용량 삼각김밥은 일반 삼각김밥보다 10g당 가격이 25~30% 저렴하다. 한 끼를 손쉽게 때울 수 있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CU의 분석이다.

대용량 삼각김밥의 연령별 구매 비중을 살펴보면 20대와 30대 비중이 각각 35.9%, 27.1%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의 63.0%가 2030 소비자에게 나온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20대 대학생과 30대 직장인들이 대용량 삼각김밥으로 점심 식사 등을 간단하게 해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대용량 선호 현상은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에서도 나타난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36롤 대용량 화장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7.0% 늘었다. 2L 이상의 대용량 혹은 묶음 판매하는 식용류 매출도 111.2% 증가했다.

지방 손질이 안 된 ‘덩어리 고기’의 매출은 45.0% 불어났다. 덩어리 고기는 용량이 크고, 집에서 지방을 따로 떼어낸 뒤 소분해야 해 번거롭다.

그런데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횟감을 먹기 좋게 썰어 판매하는 대신 손바닥보다 큰 조각 단위로 판매하는 ‘광어 필렛’ 역시 매출이 15.4% 늘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0원이라도 아끼려는 ‘짠물 소비’ 트렌드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