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하루에 1000걸음을 걸을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6% 낮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의사협회 신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매일 3800걸음만 걸어도 치매 위험을 25%까지 줄일 수 있다. 서양 의학의 선구자인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약”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막상 몸을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신발끈을 묶고 문을 열고 나가기까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우리는 걷기 앞에 다양한 핑계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댄다. 비가 와서, 추워서, 더워서, 어제 야근을 해서…. 못 나간다고.
이렇게 변명하는 데 익숙한 이들을 위해 영국 작가인 애나벨 스트리츠는 신작 <걷는 존재>에서 새로운 걷기 방법을 제시했다. 52주, 즉 1년 동안 상황에 따라 다르게 걸을 수 있는 52가지 방법이다. 저자는 허리 통증 때문에 앉아서 하는 활동을 최대한 걷는 활동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매일 같은 길을 앞만 보고 걷는다면 단조롭고 지루하게만 느껴질 것이 분명해 1주일에 하나씩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빗속을 걸으면 후각이 깨어나고 촉각이 살아난다. 몸으로 하는 풍부한 경험이다. 도시의 냄새에 집중하며 걷는다면 익숙한 주변 환경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냄새는 계속 바뀐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 다르다.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방법도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플로깅’이다. 건강도 챙기고 자연도 깨끗하게 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방식을 통한 걷기가 새로운 모험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목표는 1년 내내 걸을 수 있는 원동력을 제시하는 것이다.
목차가 많지만 호흡이 짧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걷기 방법 하나마다 유용한 팁을 함께 담았다. 매일 걷기를 시작하기 전, 책을 꺼내 원하는 방법으로 그날의 걷기를 선택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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