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자영업자 그리고 가장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자. 뭐냐고? 바로 인사평가! 사모펀드를 운영하면서, 20개가 넘는 국적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또 투자한 기업의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별의별 사람들을 다 평가하고, 승진도 시키고 자르기도 하면서, 연말연시는 나에게 그야말로 스트레스 수준이 극에 이르는 시간이 된다. 그러면서도 아끼는 직원들이 커가는 걸 보면 보람차기도 한데, 매년 인사평가를 하다보면 은근히 나 스스로가 상당히 편향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하여, 오늘은 간단히 조직 내에서 어떻게 충분히 합당하게 평가를 더 잘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게 해서 리더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나눠 보겠다.
먼저 좋은 평가를 기대하는 꿈나무들의 생존 비법(Do’s)이다. ①제3자의 눈으로 나를 남과 비교해보라. 인생은 상대평가고 행복은 성적순이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객관화하기는 불행히도 불가능하다. 그럼 뭘 비교할까? 숫자로 나올 수 있는 성과면 좋겠고, 그게 안되면 최소한 업무 납기 준수율과 조직 내 인기 등수라도 비교해보자. 내가 동료에게 더 인기 있는지, 거래처에, 상급자들에게, 아니면 식당 아줌마에게 인기 있는지 생각해 보라. 내가 리더인지, 동네 형인지, 친절한 호구인지 알 수 있다.
②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숫자로 표현하자. 몰랐으면 지금 당장 해보라. ‘나는 올해 매출을 1억원 더 올렸다’, ‘작년 대비 +3.8% 올렸다’, ‘내 연봉 대비 7배 매출을 달성했다’ 등. 숫자로 쓸 수 있는 성과가 있다면 이미 승리다. 불행히도 숫자로 표현 안 되는 것이 더 많다.
③평가의 상당 부분은 평소의 ‘이미지’다. 성과 평가에 의외로 ‘이미지’의 영역이 큰 자리를 차지한다. 말투, 헤어스타일, 복장, 식당에서 젓가락은 누가 두는지, 이야기할 때 목소리가 작아지는지 커지는지, 손짓·눈짓은 얼마나 적극적인지, 업무 시간에 게임과 쇼핑은 얼마나 하는지, 회의를 요청하는지, 불려 다니는지, 왕따를 당하는지 등등.
다음으로는 미래를 바라보는 꿈나무들의 금기사항(Don’ts)이다. ①냉소적 표현이나 자조적 평가(sarcasm). 부정적 에너지는 더 부정적 에너지를 부른다. 냉소적인 눈빛, 글빛, 손짓만 봐도 평가자는 김이 빠지고 얼른 집에 가고 싶어진다. 평가의 시간에서 애정이 빠지는 순간 바닥을 깔아주는 제물이 된다.
②‘왜 못했는지’에 대한 30초 이상의 설명. 의외로, 안되는 이유는 간단히 설명해도 잘 안다. 차라리 왜 안 했는지(vs. ‘못’) 설명하고, 그 대신 뭘 했는지 말해보자.(“코로나 때문에 매장이 너무 한가해서 매장에 맨날 서서 지키느니 차라리 브랜드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나 올려보자 했어요. 언젠간 코로나가 풀릴 것 같아서요.”-인스타 중독 매장 직원)
③조직 내 경쟁자에 대한 평가(자기와의 비교). 나보다 잘한 사람은 인정해 주자. 그래야 더 큰 사람이 된다.
모든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할 필요는 없다. 또 모든 사람이 조직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행복의 원천으로 삼을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나의 귀여운 와이프, ‘토깽이’ 같은 자식들, 아니면 우정이 영원할 것 같은 동아리 안에서라도 존경받고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은 우리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리더들은 언젠가 자기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내가 이 가족에서, 이 조직에서, 이 동아리에서 나를 평가하는 사람의 자리를 탐해야만 진짜 그 자리에 이를 수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그것도 비포장도로로. 지난 평가에서 말아먹었다고 자조 말고 기본에 충실하자. 그리고 내일의 승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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