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날 A4용지 100장에 달하는 질의서를 준비해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개발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성남시 내부 비밀을 흘려 민간 사업자가 8000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기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33장 분량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한 뒤 대부분의 질문에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서에서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대장동 사업은 전면 민간 개발을 막고 5500억원을 환수한 모범적 사업”이라며 “초과 이익을 환수하지 않고 확정된 수익금을 받은 것은 안정적 행정을 추구하는 지역자치단체장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대장동 시행사 성남의뜰의 수익자인 ‘천화동인 1 호’가 분배받은 수익금 중 절반이 자신의 몫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언론 보도를 접하기 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다” 고했다.
이날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이 대표 측과 검찰은 언론을 통해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진술서 전문을 공개했고,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조사의 세부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검찰이 같은 질문을 반복 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고의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검찰은 “수사팀은 조사를 지연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 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조사받는 동안 중앙지검 정문에는 경찰추산 이 대표 측 지지자 600여 명과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이 모여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가 재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대표가 현역 국회의원이고, 국회 회기 중이라 이 대표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 한 만큼 체포동의안은 부결되고, 검찰은 결국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위례·대장동, 성남FC 후원의혹 외에도 다른 사건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앞서 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지난 27일 수원지검으로부터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사건을 넘겨받았다. 대장동 수사에 마침표를 찍은 뒤 백현동 사건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변호사비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전범진/최한종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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