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개봉하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바빌론’은 위대한 130년 영화 역사에 바치는 헌사와 같은 작품이다. 셔젤 감독은 영화 ‘라라랜드’ ‘위플래쉬’ ‘퍼스트 맨’ 등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계를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했다. 이 작품엔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등 250여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바빌론의 배경은 1930년대 할리우드다. 최고의 배우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와 스타가 되고 싶은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영화계 입성을 꿈꾸는 웨이터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등이 할리우드 영화인이 모인 광란의 파티에 참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탐욕과 쾌락만이 가득한 이 파티는 당장의 성공에 도취해 곧 불어닥칠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는 할리우드 영화계를 의미한다. 앞 부분만 보면 할리우드를 비판하 는 영화로 읽힌다. 파티가 끝나면서 스토리는 예상과 다 르게 흐른다. 파티 다음날 콘래드와 라 로이, 토레스는 모두 한 촬영장에 모인다. 조금이라도 더 멋진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물론 보통의 영화 애호가에게도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기술 발전과 트렌드 변화가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셔젤 감독은 무성 영화시대에서 유성 영화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혼란을 라로이의 촬영 장면에 녹였다. 목소리를 녹음하느라 진땀 빼는 배우와 스태프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달라진 세상’이 가져온 애환도 함께 전한다. 콘래드 역을 맡은 피트는 그렇게 저물어가는 스타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음악영화를 많이 찍은 감독답게 음악을 잘 썼다. ‘라라랜드’ ‘위플래쉬’에 참여한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이 이번에도 함께했다. 삽입곡 중엔 영화인에 대한 존경과 위로를 담은 ‘매니와 넬리의 테마곡’이란 서정적인 음악도 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통상적인 영화 관객에겐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영화인이거나 그에 못지않게 영화를 사랑하는 애호가에겐 오히려 짧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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