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한 피의자 조사가 약 12시간30분 만에 마무리됐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반가량 위례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 내부 기밀을 알려줬다는 혐의(부패방지법)를 신문했다. 오후에는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배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이 대표는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신문은 오후 9시에 종료됐다 피의자 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을 열람하는 절차까지 마쳤다.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A4용지 33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를 제출했다. 검사의 질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답변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는 150여쪽, 피의자 신문 조서는 200쪽에 달했다고 한다.
그는 진술서에서 대장동 사업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최종적으로 결정하면서 확정 이익 1822억원 외 추가 이익을 얻지 못해 성남시에 거액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논란과 대장동 수익 중 428억원을 받기로 민간업자와 약속했다는 혐의 역시 강하게 부인했다. 위례·대장동 사업의 비밀을 민간업자에게 알려준 부패방지법 등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제출한 진술서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 대표 측에게 2차 출석 조사를 요구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이 출석 전부터 1회 조사만 응하겠다고 한 만큼 2차 출석 조사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검찰답게 역시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진실 밝히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하고 있다는 기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출석하기 2시간 전부터 운집한 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며 기다린 지지자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서초동을 떠났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 민간개발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대가로 428억원의 지분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무상 배임과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다.
한편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는 15명가량의 현역의원이 동행했다. 방탄 비판을 의식한 이 대표가 나홀로 출석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의원들은 "혼날 각오를 하고 왔다"며 동행을 강행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민주당 의원들이 동행하자 국민의힘에선 날을 세우며 '방탄 논란'을 제기했다. 이 대표의 귀가길은 민주당 소속 25명의 의원과 지지자들이 배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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