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바닥으로 고꾸라진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부터 나온 매물이 소화됐고,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1·3 부동산 정책'으로 상황이 바뀌면서 '어느정도 바닥이 다져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는 "여전히 '급매물' 성격의 거래가 한두건씩 나오면서 시세가 하락하지만 이게 바닥이 아니겠느냐"고 보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 시범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전용 101㎡는 지난 11일 10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1년 8월 기록한 최고가 17억2500만원보다 6억7500만원 급락했다. 1년 4개월 만에 큰 폭으로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영천동 '동탄역센트럴예미지' 전용 96㎡도 지난 3일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8월 최고가인 12억4000만원보다 5억원 급락하면서 10억원 밑으로 주저 앉았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10억원대를 유지하던 곳이지만 이후 하반기 첫 거래(10월)가 7억7000만원에 팔리더니 7억1000만원(11월)까지 가격을 낮췄다.
화성시 반송동에 있는 '시범한빛마을 한화꿈에그린' 전용 84㎡는 지난 19일 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20일 거래된 8억1000만원보다 2억7000만원 급락했다. 집값이 정점을 기록했던 2021년 최고가 9억2000만원보다는 3억8000만원 내렸다.
같은 동에 있는 '시범한빛마을 삼부르네상스' 전용 84㎡는 지난 16일 4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집값이 치솟던 2021년 3월 기록한 8억9000만원보다 4억1000만원이 내리면서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반송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급하게 집을 정리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기존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빠르게 하락했다"며 "지역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먼저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매물들이 어느정도 시장에서 소화되면서다. 반송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동탄역 시범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의 경우 워낙 가구 수가 많다보니 급매물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급매물이 많이 정리됐다. 나올 물건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격이 급격하게 더 빠질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놓은 완화 방안도 한 몫하고 있단 분석이다. 동탄2신도시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모두 풀렸다. 일시적 2주택자가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하는 기한이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는 등 여러 규제가 완화됐다.
청계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서 매물이 줄어든 것도 있다"며 "규제가 풀리니 급하게 집을 정리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매물을 거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분위기가 바뀌면서 '바닥론'도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영천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사연 있는'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여전히 이런 급매를 사겠다고 대기 중인 수요자도 꽤 많다"고 말했다.
한편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 집값은 지난해 13.2% 급락했다. 하락률 상위 10위다. 직전연도인 2021년 화성 집값은 19.56% 급등했는데 당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전셋값 역시 급락했다. 지난해 화성 전셋값은 14.09% 하락했다. 직전연도 상승분 8.45%를 모두 되돌리고 6%포인트 가량 더 내렸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하면서 매물이 쌓여가다 최근엔 해소되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화성시 매물은 7591건이다. 지난해 9월엔 9400여건까지 매물이 쌓이기도 했지만 11월 들어 8000건대로 진입했다가 올해 1월 들어서는 7000건대로 내려왔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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